대구 사문진나루터
국화 물결 속 가을 인생샷 명소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 마음속에는 작은 소란이 인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이 계절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다는 열망이다. 만약 당신의 목적지가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꽃밭’, ‘운치 있는 곳에서 즐기는 막걸리 한잔’, 그리고 ‘뜻밖의 이야기가 있는 산책길’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곳이라면 어떨까.
믿기지 않겠지만, 이 모든 것을 단 하루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대구에 있다. 바로 국화가 강물처럼 넘실대는 사문진나루터다. 심지어 이 모든 풍경을 즐기는 데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다.
“눈과 코를 사로잡는 가을꽃의 물결”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압도적인 가을꽃의 향연이다. 화원유원지 입구에서부터 강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산책로는 지금 온통 국화와 황화 코스모스의 세상이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로1길 40-12, 이 주소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이곳의 풍경은 마치 잘 짜인 영화 세트장 같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의 춤사위 너머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그리고 그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유람선까지. 어디에 카메라를 두어도 작품이 되는 이곳은 ‘인생샷 명소’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강변을 따라 걷는 내내 코끝을 간지럽히는 국화 향기는 덤이다.
“입과 귀가 즐거운 주막촌의 낭만”

눈이 충분히 즐거워졌다면, 이제는 구수한 냄새가 이끄는 사문진 주막촌으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되는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갓 부쳐낸 따끈한 부추전과 직접 만든 촌두부,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는 경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다.
화려한 가을꽃을 병풍처럼 두르고 앉아 즐기는 음식은 평범한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할 만큼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이 모든 호사를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화원유원지의 넉넉한 인심이다.
“125년 전, 강변을 울린 ‘귀신통’ 이야기”

배를 채우고 다시 산책을 시작하면, 이 나루터가 품고 있는 놀라운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시간을 거슬러 1900년 3월, 이 강변에는 지금의 국화 대신 낯선 서양 악기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탐부부가 미국에서부터 가져온 대한민국 최초의 피아노가 바로 이곳 사문진나루터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스스로 소리를 내는 이 거대한 나무 상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짐꾼들마저 “저것은 ‘귀신통’이 틀림없다”며 옮기기를 거부했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 두려움의 대상에서 흘러나온 맑은 선율은 곧 한국 서양 음악사의 새벽을 여는 종소리가 되었다. 매년 가을, 이곳에서 100대의 피아노가 동시에 연주되는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귀신통’이라 불리던 상자가 100년 만에 문화적 축복의 상징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는 장엄한 의식이다.
“낙동강과 달성습지를 가로지르는 여유”

사문진에서의 하루는 유람선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석이다. 주말 기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는 유람선(성인 10,000원)에 오르면, 지금까지 걸어온 꽃길을 강 위에서 조망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코스는 단순히 강을 오가는 것이 아니라, 광활한 생태의 보고인 달성습지의 수려한 풍경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해 질 녘, 붉은 노을이 강물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때 탑승하는 유람선은 평생 잊지 못할 낭만적인 기억을 선물할 것이다.
눈부신 국화, 맛있는 음식, 흥미로운 역사, 그리고 가슴 뻥 뚫리는 유람선까지. 이 모든 것이 한곳에 모여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말, 망설이지 말고 사문진나루터로 떠나보자. 분명 기대 이상의 만족감으로 당신의 가을을 채워줄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