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유원
팔공산 자락의 정원에서의 매화 축제

이른 봄, 산자락 어딘가에서 먼저 봄을 알아채는 건 언제나 매화다.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기 전, 희고 붉은 꽃망울이 먼저 터지며 계절의 문을 밀어젖힌다. 대구 북쪽, 팔공산 지맥이 흘러내린 자리에도 그 봄이 조용히 도착했다.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 승효상, 최욱, 박창렬이 공간을 빚고 조경가 정영선이 자연을 입힌 정원이다. 국내 어디서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조합이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지며,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방문객을 맞는다.
올봄에는 백매화·홍매화·흑룡금매화·운용매화 네 종이 시차를 두고 피어나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진다. 꽃이 지기 전, 3월의 사유원은 지금이 가장 깊은 절정이다.
팔공산 지맥에 자리한 사유원의 입지와 역사

사유원(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은 팔공산 지맥을 따라 조성된 약 15만 평 규모의 정원이다.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린 공간 구성 덕분에 걷는 방향마다 시선이 달라지며, 도보 전용 구역이 넓어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된다.
알바로 시자·승효상·최욱·박창렬 등 네 명의 건축가가 각기 다른 공간을 설계했고, 조경가 정영선·박승진이 정원의 결을 완성했다. 사람의 손길과 자연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 공간은, 단순한 식물원이나 테마파크와는 다른 감각으로 방문객 앞에 놓인다.
4종 매화가 피워내는 시차의 풍경

2026 매화 축제의 부제는 ‘풍설기천년’이다. 3월 5일부터 31일까지, 백매화·홍매화·흑룡금매화·운용매화가 각자의 개화 시기를 달리하며 정원 전체를 물들인다. 같은 날 방문해도 공간마다 다른 꽃빛이 펼쳐지는 셈이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매화 동행 산책’이 운영된다.
유원·매산첩첩·관매정을 경유하는 이 코스는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공간의 맥락을 읽는 시간이다. 방문객 전원에게는 주요 군락지와 포토 스폿이 표기된 매화 꽃길 엽서가 제공된다.
국악 공연과 시즌 한정 프로그램

축제 기간 중 두 차례의 국악 공연이 진행된다. 3월 14일에는 2025 KBS 국악대상 수상자인 소리꾼 정은혜가 판소리와 민요를, 3월 28일에는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이 산조와 시나위를 선보인다. 공연 장소는 심포니6이며, 관람료가 포함된 ‘매화 국악 올데이 패키지'(129,000원)로도 예약할 수 있다.
공연 외에도 아로마 에센스를 직접 블렌딩하는 ‘사유의 향’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완성한 향지는 지참 가능하다. 카페 가가빈빈과 몽몽차방에서는 시즌 한정 메뉴인 애플 매실티를 맛볼 수 있다.
예약 방법과 방문 전 확인 사항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당일 정상 운영되고 다음 평일이 대체 휴원일이 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평일 50,000원, 주말·공휴일 69,000원이며, 청소년·어린이는 평일 45,000원, 주말·공휴일 62,000원이다.
일반 관람 예약은 방문 1일 전까지 가능하며, 식사가 포함된 예약은 2일 전 마감된다. 잔여석이 있는 경우 당일 현장 결제도 가능하다. 만 0~7세 미취학 아동은 입장이 불가하며, 미성년자는 반드시 보호자와 동반해야 한다.
주차장은 정문의 제1주차장과 몽몽마방 인근 제2주차장 두 곳이 운영되고, 대중교통 이용 시 KTX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을 공식 안내하고 있다. 원내는 외부 음식 반입이 일절 불가하며 금연·금주 구역이다.

봄이 15만 평을 가득 채우는 시간은 길지 않다. 4종의 매화가 시차를 두고 피고 지는 이 정원에서, 건축과 자연이 만들어낸 고요한 풍경을 천천히 걸어볼 수 있다.
해설사와 함께 공간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산책 코스는 그 여운을 한층 깊게 만든다. 3월이 끝나기 전, 군위로 향해 봄의 가장 이른 순간을 몸으로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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