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선생님의 미소가 남아있다고요?”… 호수·단풍·꽃까지 즐기는 무료 가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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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옥연지 송해공원
3.5km 둘레길 걸으며 힐링

옥연지 송해공원
옥연지 송해공원 / 사진=대구광역시 공식 블로그 손미혜

깊어가는 가을, 붉게 타오르는 단풍과 은빛 억새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만약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 모든 풍경을 즐길 수 있고, 심지어 입장료와 주차비까지 모두 무료라면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자리한 옥연지 송해공원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주말 나들이 명소다.이곳은 단순히 ‘국민 MC 고(故) 송해 선생’의 이름만 빌린 공원이 아니다.

1964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비슬산 자락의 기세곡천을 막아 탄생한 ‘옥연지’라는 저수지 본연의 아름다움 위에, 한 사람의 따뜻한 인생사와 일제강점기 금광의 산업사적 흔적, 그리고 현대적인 야간 조명까지 겹겹이 쌓인 ‘시간의 박물관’ 같은 곳이다.

3.5km의 명품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곳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대구 옥연지 송해공원

옥연지 송해공원 모습
옥연지 송해공원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이 특별한 공간의 공식 명칭은 옥연지 송해공원으로,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306에 위치한다. 공원은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어 원하는 시간 언제든 방문이 가능하며, 제1주차장부터 제4주차장까지 마련된 넓은 공영 주차장 역시 전면 무료로 운영된다.

이곳이 ‘송해공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황해도 재령 출신의 실향민이었던 송해 선생은 6·25 전쟁 당시 군 통신병으로 복무하던 중, 이곳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에서 평생의 배필 석옥이 여사를 만났다.

처가가 있는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실향의 아픔을 달랬고, 생전 옥연지 둑길을 거닐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2016년, 달성군은 그의 공로를 기려 명예군민으로 추대하며 옥연지 일대를 그의 이름을 딴 공원으로 조성했다. 현재 공원 인근에는 송해 부부가 함께 잠들어 있다.

대구의 대표 호수공원 ‘수성못’과는 다른 매력

송해공원 둘레길
송해공원 둘레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대구 시민에게 ‘호수공원’이라 하면 흔히 화려한 도심 속 휴식처인 ‘수성못’을 떠올리기 쉽다.

수성못이 접근성 좋은 도심 속에서 오리배와 화려한 분수 쇼, 레스토랑가를 즐기는 ‘도시형 유원지’라면, 옥연지 송해공원은 자연 속에서 고요한 사색과 건강한 걷기를 즐기는 ‘자연 친화형 힐링 공간’이라는 점에서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수성못 둘레길(약 2km)보다 긴 3.5km의 송해둘레길은 방문객에게 온전한 ‘걷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가을이 절정에 달하면, 호수를 따라 이어진 데크길은 붉은 단풍과 더불어 만개한 국화, 바람에 흩날리는 핑크뮬리와 억새풀로 가득 차 최고의 가을 풍경을 선사한다.

3.5km, 호수를 안고 걷는 ‘송해둘레길’ 코스

송해공원 백세정
송해공원 백세정 / 사진=대구광역시 공식 블로그 손미혜

둘레길 탐방은 공원의 랜드마크인 ‘백세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태극 문양을 형상화한 이 아름다운 곡선의 다리는 이름처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다리를 건너면 호수 한가운데에 그림처럼 자리한 2층 수중 정자 ‘백세정(百歲亭)’에 닿는다. 정자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옥연지의 잔잔한 물결과 비슬산 자락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백세정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이곳의 진가는 해가 진 뒤에 드러난다. 일몰 후 백세교와 백세정에 화려한 수중 조명이 켜지면, 물 위에 거대한 보름달이 뜬 듯 신비롭고 낭만적인 야경이 연출된다.

송해 노래비
송해 노래비 / 사진=대구광역시 공식 블로그 손미혜

백세정을 지나 본격적인 둘레길에 들어서면, ‘웃음’을 주제로 한 독특한 전망대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방문객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담소전망대’를 시작으로 ‘실소전망대’, ‘폭소전망대’, ‘박장대소 전망대’까지, 이름만 들어도 유쾌해지는 쉼터들이 걷는 내내 즐거움을 더한다.

둘레길은 대부분 완만한 데크로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편리하며, 일부 계단 구간은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다.

옥연지가 숨겨둔 비밀

송해공원 국화
송해공원 국화 / 사진=대구광역시 공식 블로그 손미혜

송해둘레길의 서편 데크길, 담소전망대 인근에서 이정표를 따라 산 쪽으로 조금만 오르면 이 공원의 가장 신비로운 공간인 옥연지 금굴(금동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놀랍게도 일제강점기에 실제로 금을 채취했던 150m 길이의 폐광이다. 어두운 역사의 현장이지만, 2019년 달성군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복원하면서 이색적인 동굴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공원과 달리 별도의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방하며, 동절기에는 안전 문제로 더 일찍 마감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입장 시에는 입구에 비치된 노란색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송해기념관 연계 및 교통 정보

송해공원 가을꽃
송해공원 가을꽃 / 사진=대구광역시 공식 블로그 손미혜

옥연지 송해공원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길 중간에는 높이 10m의 인공폭포 ‘송해폭포’가 있어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의 장관을 선사한다.

대중교통 이용하여 방문시 655번, 623번, 달성2번, 665번 버스를 타고 ‘옥포간경리2’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약 17분이면 공원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송해둘레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가 아니다. 누군가의 인생, 지역의 역사, 그리고 자연의 숨결이 함께 흐르는 길이다. 걷는 동안 들리는 물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송해 선생의 따뜻한 인사처럼 마음을 녹여준다. 대구 근교에서 조용한 휴식과 특별한 탐험을 동시에 원한다면, 옥연지 송해공원에서 잊지 못할 가을 하루를 만끽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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