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옛길
붉은 단풍 아래 피어나는 옛이야기

가을의 정수는 산 정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완벽한 순간은 울긋불긋한 색채가 산허리를 감싸 안을 때 찾아온다. 2025년 10월 2일 바로 지금, 대관령 옛길은 해발 500~700m 구간이 불타는 듯한 절정을 맞으며 이번 주말 우리를 호출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단풍 명소가 아니다.
신사임당의 숨결과 선비들의 이야기가 깃든 흙길을 직접 밟으며, 온몸으로 가을과 역사를 체험하는 최고의 가을 트레킹 성지다. 자동차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두 발로 걸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이 길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왕복은 무리, 하행 2시간 코스가 정답입니다”

대관령 옛길 가을 트레킹의 성공은 시작점 선택에 달려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구 대관령휴게소(해발 860m)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점인 ‘반정’을 거쳐 대관령 박물관까지 내려오는 약 5.4km의 하행 코스를 강력히 추천한다. 대부분 완만한 내리막 흙길이라 체력 부담이 적어 아이나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단위 트레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하다. 현재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 바로 이 길 중턱에 펼쳐져 있으니, 최고의 풍경을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걸음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움직이는 박물관’

이 길이 특별한 이유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역사 속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길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소통의 관문이자, 수많은 이들의 애환이 서린 무대였다.
강릉 친정을 오가던 신사임당은 이 길 위에서 홀로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사친시를 읊었고,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을 향한 꿈을 키웠다.

길 중간에 복원된 주막 터는 과거 길손들이 목을 축이며 쉬어가던 쉼터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옛사람들의 고단함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새로 부임하는 원님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었다는 ‘원울이재’의 사연을 떠올리며 걷다 보면, 아흔아홉 굽이마다 곶감을 빼먹던 선비의 전설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처럼 대관령 옛길에서의 가을 트레킹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길 위에 새겨진 이야기를 발굴하는 인문학 탐사와 같다. 국가지정 명승 제74호로 지정된 이유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트레킹의 종착점인 대관령 박물관에 다다르면, 길 위에서 만난 역사적 감동을 유물과 함께 정리하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설악산의 험준한 바위산행과는 다른,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고즈넉한 흙길 트레킹을 원한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찰나와 같이 지나갈 이 완벽한 가을의 순간, 대관령 옛길에서 당신의 인생 트레킹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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