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옛길
천년 역사가 깃든 명승 제74호

한겨울 찬 공기가 뺨을 스치는 이른 아침, 해발 832m 고원 위로 하얀 설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금강소나무 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꽃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발아래로는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옛길 위에서 신사임당이 한시를 남겼고,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저술했다. 명승 제74호로 지정된 이곳은 천 년의 시간이 품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강릉시가 2026-2027 방문의 해를 맞아 2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한 이유가 여기 있다. 겨울 고원이 선사하는 눈부신 설경 속으로 걸음을 옮겨보길 권한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강릉의 관문

대관령 옛길(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성산면 대관령옛길 일원)은 2010년 11월 15일 명승 제74호로 지정된 문화유산 트레킹 코스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 교역로였으며, 강릉 사람들이 과거 보러 한양으로 오갈 때 넘던 길이기도 하다.
해발 832m 대관령 정상 부근 반정에서 시작해 어흘리 대관령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약 6km 구간으로, 완만한 경사 덕분에 2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신사임당과 정철이 거닐던 역사의 길

1536년, 신사임당은 어린 율곡 이이와 함께 이 길을 넘으며 ‘친정을 그리워하며 대관령을 바라보다’라는 뜻의 한시를 남겼다. 1580년에는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송강 정철이 이곳을 지나며 관동별곡을 저술했으며, 그 서두에 “대관령 넘어 동해로 가노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옛길 주변에는 국사서낭당과 산신각이 자리하고 있으며, 매년 음력 4월 15일이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의 산신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역사 속 인물들이 남긴 흔적이 지금도 길 곳곳에 살아 숨 쉰다.
금강소나무 숲과 겨울 설경의 조화

대관령 옛길의 가장 큰 매력은 수령 90년 이상의 금강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선 숲길이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길을 물들이지만, 2월이면 고원 특유의 눈꽃 설경이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적설이 10cm 이상 쌓인 날 아침 일찍 출발하면 발자국 하나 없는 새하얀 길을 독차지할 수 있으며, 나무 가지마다 맺힌 눈꽃이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난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나 가족 단위 트레커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방한용품과 방수 등산화만 갖추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선자령·치유의숲·강릉 음식까지 한 번에

대관령 옛길을 완주한 뒤에는 주변 명소를 연계해 둘러볼 수 있다. 옛길에서 6km 떨어진 선자령(해발 1,157m)은 2시간 정도 추가 등산하면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며, 1km 거리의 국립대관령치유의숲(입장료 12,000원)에서는 무장애 데크로드를 따라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옛길 종점인 대관령박물관(입장료 성인 1,000원)은 고인돌 형태의 독특한 건축물로, 강릉 지역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트레킹 후에는 10km 거리의 성산 먹거리촌에서 감자옹심이, 얼큰한 맛이 일품인 장칼국수, 해물칼국수로 몸을 녹이는 것도 좋다.

대관령 옛길은 천년 역사와 고원 자연이 어우러진 겨울 트레킹의 정수다. 명승으로 지정된 문화유산 위를 걸으며 신사임당과 정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경험은 단순한 산행 이상의 감동으로 남는다.
2월 설경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강릉을 찾는다면, 이른 아침 대관령 옛길로 향해 눈꽃 사이를 거닐며 고원의 청량함을 온몸으로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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