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금강로하스 산호빛공원
금강변 따라 걷는 분홍빛 가을 산책지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전국의 들판은 약속이나 한 듯 분홍빛 솜사탕 같은 물결로 뒤덮인다. 그 중심에 선 식물, 핑크뮬리. SNS 피드를 점령한 황홀한 풍경에 이끌려 우리 역시 ‘인생샷’을 남길 최고의 명소를 검색한다.
대전에서는 단연 신탄진의 금강로하스 산호빛공원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금강의 고요한 물결 옆에서 넘실대는 저 분홍빛 아름다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저 예쁘다고 감탄하기 전에, 우리는 잠시 멈춰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산과 호수와 빛의 하모니”

먼저 이 특별한 공간의 정체부터 짚어보자. 금강로하스 산호빛공원은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청로 424(석봉동) 일원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대전시가 금강변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는 ‘금강로하스 프로젝트’의 핵심 결과물 중 하나다.
과거 하천 부지였던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대규모 휴식 및 레저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여름이면 야외 수영장이, 저녁이면 화려한 음악분수가 시민들을 맞이하며, 잘 닦인 자전거 도로는 국토종주 금강 자전거길의 일부로 전국의 라이더들을 유혹한다.

이처럼 사계절 내내 활기가 넘치는 공원이 가을의 정점에 다다르면, 비로소 핑크뮬리가 주인공으로 나선다. 공원은 거대한 캔버스가 되고, 바람에 서걱이는 분홍빛 뮬리는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붓 터치가 된다. 곳곳에 설치된 감각적인 문구의 레터링 조형물과 포토존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셔터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한 방문객은 “해질녘에 방문하니 분홍빛 뮬리가 노을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어요”라며 잊지 못할 경험을 전했다. 연중무휴, 입장료와 주차료까지 모두 무료라는 점은 이 모든 경험의 문턱을 활짝 낮춰준다.
‘생태계 위해성 2급’이라는 이름표

황홀경에 취해 셔터만 누르다 보면 자칫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칠 수 있다. 바로 핑크뮬리의 생태적 지위다. 미국 서부의 건조한 초원지대가 원산지인 이 여러해살이풀은, 사실 우리 토종 식물이 아닌 외래종이다. 국내에는 2019년을 전후하여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그 아름다움 뒤로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에 환경부는 2019년 12월, 국립생태원의 정밀 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 생물로 지정했다. 여기서 많은 오해가 발생한다. ‘위해성’이라는 단어 때문에 당장 제거해야 할 ‘생태계 교란 생물(1급)’과 혼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2급의 정확한 의미는 다르다.
이는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은 아직 보통 수준으로 판단되지만, 향후 교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확산 정도와 위해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는 생물’을 뜻한다. 즉, 돼지풀이나 가시박처럼 즉각적인 방제 대상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우리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관찰 대상’인 셈이다.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분홍빛 물결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금강로하스 산호빛공원을 찾는 것은 여전히 가을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우리의 태도는 조금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지정된 포토존과 탐방로를 이용하고, ‘인생샷’을 위해 뮬리 군락 안으로 들어가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식물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미지의 외래종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느끼고, 해질녘 노을에 물드는 핑크뮬리를 감상하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자.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배경에 담긴 생태적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보자.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대전 대덕구청 공원녹지과(042-608-6631)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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