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상소동 산림욕장
한 사람이 만든 천 개의 염원

대전 시내에서 차로 불과 30분,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옅어질 때쯤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마치 동남아시아의 고대 유적지에 당도한 듯, 크고 작은 돌탑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이 바로 대전 시민들의 비밀 정원이자, 한 사람의 위대한 집념이 빚어낸 예술 공간, 상소동 산림욕장이다. 이곳은 그저 나무가 많은 공원이 아니다. 시간과 정성,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쌓여 완성된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다.

한 사람의 기도가 빚은 기적

상소동 산림욕장은 대전광역시 동구 산내로 714(상소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만인산과 식장산 자락의 평화로운 기운을 품고 있다. 연중무휴, 입장료와 주차료까지 모두 무료로 개방되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숲이 아닌 돌탑이다.

산책로를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돌탑들은, 놀랍게도 故 이덕상 옹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직 혼자의 힘으로 쌓아 올린 것이다. 그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 나아가 세상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돌 하나하나에 염원을 담았다.

그의 이야기는 돌탑을 단순한 구조물에서 살아있는 서사로 변화시킨다. 이는 장태산자연휴양림의 웅장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자연 그 자체의 위대함을 보여준다면, 상소동 산림욕장은 자연이라는 캔버스 위에 인간의 숭고한 정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다.

방문객들은 SNS에 “정교함에 놀라고 사연에 감동했다”, “아이들이 캄보디아 여행 온 것 같다며 정말 좋아한다”와 같은 후기를 남기며, 이곳이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선 인문학적 체험 공간임을 증명하고 있다.

돌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계절의 파노라마

이덕상 돌탑이 선사하는 감동은 계절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증폭된다. 봄이 오면 돌탑 주변으로 진달래와 벚꽃, 온갖 야생화가 만발해 회색빛 돌탑에 화사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여름이면 울창한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이 개장해 활기 넘치는 피서지로 변모한다.

가을은 버즘나무 가로수 터널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산 전체가 오색 단풍으로 뒤덮여 돌탑과 어우러지는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그리고 겨울, 이곳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탈바꿈한다. 바로 ‘얼음동산’ 축제 덕분이다.

공원 관리소에서 기존 돌탑과 자연 암석, 지형지물에 물을 뿌려 얼리면, 거대한 빙벽과 얼음기둥이 숲을 가득 채우는 ‘대전의 겨울왕국’이 탄생한다. 매년 그 형태가 달라져, 겨울마다 새로운 경이를 선사하기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완벽한 하루를 위한 실용 정보 A to Z

상소동 산림욕장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알아둘 정보가 있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저녁 7시까지 운영되니 방문 시 참고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시내버스 501번을 타고 ‘상소동 산림욕장’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입구에 도착한다.

또한, 공원 바로 옆에는 별도로 예약해야 하는 유료 시설인 ‘상소동 오토캠핑장’이 있어, 돌탑의 신비로운 낮과 캠핑장의 낭만적인 밤을 함께 즐기는 1박 2일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대전 동구청 공원녹지과(042-251-4771)로 문의할 수 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경이로운 풍경과 깊은 이야기가 있는 휴식을 원한다면, 이번 주말 상소동 산림욕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는 한 사람의 간절한 염원이 자연과 만나 빚어낸 위대한 유산이, 찾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