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상소동 산림욕장
수백 돌탑이 만든 이국적 풍경

울창한 숲 사이로 회색빛 거석이 솟아오른 풍경은 마치 동남아시아의 잊혀진 고대 유적지를 마주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녹음이 짙던 여름을 지나,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카펫처럼 깔린 지금 이곳은 사계절 중 가장 화려한 색감으로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국적인 단풍 명소로 알려진 이곳의 매력은 사실 가을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붉은빛은 곧 다가올 순백의 ‘겨울왕국’을 위한 화려한 전주곡에 가깝다. 대전 시민들의 비밀 정원이자, 자연과 인문학적 집념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떠나보자.
“수백 개의 돌탑, 대전의 앙코르와트가 되다”

이 독특한 풍경의 주인공은 상소동 산림욕장이며, 대전광역시 동구 산내로 714 (상소동)에 그 입구가 자리한다. 이곳은 만인산과 식장산 자락의 평화로운 기운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전역에서도 차로 약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연 산책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수백 개의 돌탑이다. 이 돌탑군은 ‘대전의 앙코르와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방문객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거대한 돌탑들의 조성 배경에는 여러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많은 방문객에게는 故 이덕상 옹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족의 건강과 세상의 평안을 기원하며 홀로 쌓아 올린 집념의 산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숭고한 이야기는 차가운 돌덩어리에 따뜻한 서사를 불어넣었다.

동시에, 대전 동구의 공식적인 자료와 기록에 따르면, 이 돌탑들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400여 개가 조성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 과정에서 이덕상 옹이 17개의 ‘희망탑’을 만드는 등, 한 사람의 간절한 염원과 많은 이들의 노고가 결합되어 지금의 장엄한 풍경을 완성한 것이다.
이는 순수한 자연미가 압권인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 숲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상소동 산림욕장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인간의 숭고한 정신과 기도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독보적인 인문학적 공간이다.
SNS에서는 “정교함에 놀라고 사연에 감동했다”, “아이들이 캄보디아 여행 온 것 같다며 신기해한다”와 같은 후기가 이곳의 독창성을 증명한다.
가을의 절정, 그리고 겨울의 예고

물론 현재 상소동 산림욕장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붉게 타오르는 가을 단풍이다. 입구로 이어지는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 터널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산책로 양옆으로는 노랗고 빨간 단풍나무들이 돌탑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특히 주말에는 인근 상소오토캠핑장 이용객과 나들이객이 몰려 주차장이 혼잡할 수 있으니, 이 고즈넉한 풍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비교적 여유로운 평일 방문을 추천한다. 참고로 산림욕장은 오후 빛이 산자락에 일찍 가려지는 편이라, 늦어도 오후 4시 이전에 방문해야 가을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겨울에 찾아온다. 매년 12월 말이 되면, 상소동 산림욕장은 ‘얼음동산’ 축제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변모한다.
공원 관리소에서 기존 돌탑과 자연 암석, 지형지물에 주변 계곡물과 지하수를 뿌려 얼리면, 거대한 빙벽과 얼음기둥, 얼음탑이 숲을 가득 채우는 ‘대전의 겨울왕국’이 탄생한다.
매년 얼음의 형태가 달라져 겨울마다 새로운 경이를 선사하기에, 가을에 방문했던 이들도 겨울에 다시 찾게 만드는 강력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완벽한 방문을 위한 핵심 정보

상소동 산림욕장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핵심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장 큰 매력은 이 모든 것을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20:00)까지이며,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19:00)까지 운영된다. 연중무휴로 운영되지만, 기상 상황이나 내부 정비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시내버스 501번을 타고 ‘상소동 산림욕장’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입구에 도착한다. 더 자세한 정보나 단체 방문 등은 대전 동구청 공원녹지과(042-251-4771)로 문의할 수 있다.

만약 1박 2일 코스를 계획한다면, 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상소오토캠핑장을 이용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총 68면의 캠핑 사이트와 화장실, 샤워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유료 시설로, 별도 예약릉 필수다.
일상에서 벗어나 경이로운 풍경과 깊은 이야기가 있는 휴식을 원한다면, 이번 주말 상소동 산림욕장이 완벽한 답이 될 것이다. 그곳에는 한 사람의 염원에서 시작되어 모두의 땀으로 완성된 위대한 유산이, 찾는 모든 이에게 계절마다 다른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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