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세월이 만든 그늘이라 시원해요”… 주차까지 무료인 여름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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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

담양 관방제림
관방제림 / 사진=ⓒ한국관광공사 오경택

한반도 남쪽의 한 고을,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둑길이 있다. 그러나 이 둑은 평범한 제방이 아니다. 그 위로는 수백 년의 세월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거대한 나무들이 마치 거대한 장벽처럼 늘어서, 하나의 긴 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한여름의 뙤약볕도 감히 뚫지 못하는 깊은 그늘 아래, 강바람이 스며들며 서늘한 기운마저 감돈다. 이곳은 자연이 스스로 빚어낸 풍경이 아니라, 오직 사람의 손으로 직접 쌓고 심어 가꾼 결과물이다.

이 거대한 인공림의 시작은 공동체를 지키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어느 날, 한 고을의 부사는 잦은 강물 범람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거대한 방책을 구상했다.

관방제림 여름
관방제림 / 사진=ⓒ한국관광공사 오경택

강둑을 높이 쌓고, 그 위에 튼튼한 나무들을 심어 뿌리로 제방을 단단히 붙잡게 하는 것. 재난을 막기 위한 이 과학적인 구상은 수백 년의 시간을 거치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단순한 방재 시설을 넘어, 오늘날에는 모든 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휴식처이자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가 되었다. 이 신비로운 숲의 정체는 바로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37에 위치한 ‘관방제림이다.

담양 관방제림

관방제림 전경
관방제림 / 사진=ⓒ한국관광공사 오경택

관(官)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제방과 숲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1년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국가적 유산이다.

나아가 2004년에는 산림청 주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공식 인정받는 영예를 안았다.

관방제림이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깊고 서늘한 그늘이다. 더욱이 이 귀한 자연의 선물을 누리는 데에는 어떠한 장벽도 없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 요금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고목의 그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면적 4만 9228㎡에 달하는 숲에는 추정 수령 300~400년에 이르는 고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관방제림 가을
관방제림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하늘을 가릴 듯 뻗은 나뭇가지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거대한 차양 역할을 하며, 강바람과 어우러져 천연 에어컨과 같은 쾌적함을 선사한다.

이곳에는 총 420여 그루의 나무가 자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푸조나무(111그루)와 팽나무(18그루)가 주를 이룬다. 이 외에도 벚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함께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관방제림은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담양 군민과 여행자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잘 정비된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고즈넉한 숲길은 사색과 휴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관방제림 돌다리
관방제림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숲 주변의 변화는 관방제림의 가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고수부지에는 지역 행사가 열리는 추성경기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2005년에는 설화가 깃든 조각 공원이 조성되어 예술적 볼거리를 더했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대나무숲인 죽녹원과 연계하여 방문하는 이들이 많아, 담양의 생태 관광을 대표하는 핵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담양 관방제림은 홍수라는 자연재해에 맞서 공동체를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빚어낸 위대한 유산이다. 방재라는 실용적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림이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대한민국 최고의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난 과정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관방제림
관방제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역사와 생태, 그리고 오늘날의 문화가 조화롭게 숨 쉬는 이곳은 왜 우리가 자연유산을 지키고 가꿔야 하는지를 증명한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첫손에 꼽을 담양 가볼만한 곳임이 틀림없다. 관방제림은 앞으로도 담양의 상징이자 모든 세대를 위한 귀중한 쉼터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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