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인정한 가을 숲이에요”… 2km 천연기념물 숲길에서 만나는 단풍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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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관방제림
천연기념물로 선정된 370년 고목 숲

담양 관방제림 단풍
담양 관방제림 단풍 / 사진=담양 공식블로그

‘담양’ 하면 떠오르는 짙푸른 대나무숲과 뙤약볕을 가려주던 시원한 나무 그늘. 많은 이들이 담양의 대표 명소 관방제림을 한여름의 싱그러움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이 숲은 우리가 몰랐던 전혀 다른 얼굴을 준비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대신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고, 짙은 녹색 대신 차분한 황금빛이 내려앉는 곳. 재난을 막으려던 한 관리의 지혜가 빚어낸 370년 역사의 숲에서, 가장 지적인 가을 산책이 시작된다.

“재난을 막으려던 지혜가 대한민국 최고의 숲을 만들다”

담양 관방제림 전경
담양 관방제림 전경 / 사진=담양 공식블로그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37 일원에 펼쳐진 이 장대한 숲의 공식 명칭은 담양 관방제림. 그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약 3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인조 26년(1648년), 잦은 담양천(관방천)의 범람으로 백성들의 고통이 크자 당시 담양 부사였던 성이성이 거대한 제방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홍수를 막는다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이 거대한 인공림은,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예술적, 생태적, 역사적 가치를 품게 되었다.

이러한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1991년에는 국가 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2004년에는 산림청이 주관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백성을 지키려던 지혜가 시대를 넘어 모두가 사랑하는 국가적 유산으로 거듭난 것이다.

붉지 않아 더 깊은, 황금빛 가을 터널

담양 관방제림
담양 관방제림 / 사진=담양 공식블로그

관방제림의 가을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화려한 붉은 단풍과는 거리가 멀다. 이곳의 주인이자 300~400년의 풍상을 견뎌낸 고목들은 대부분 푸조나무와 팽나무. 이 나무들은 가을이 깊어지면 불타는 듯한 붉은색이 아닌, 차분하고 기품 있는 황금빛과 고동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약 2km에 걸쳐 이어진 숲길에 들어서는 순간, 수백 그루의 고목이 만들어낸 거대한 황금빛 터널을 마주하게 된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가을 햇살은 숲 전체를 따스한 온기로 채우고, 발밑에 쌓이기 시작한 낙엽은 푹신한 카펫이 되어 발걸음을 편안하게 한다.

담양의 또 다른 명소인 메타세쿼이아길이 이국적이고 강렬한 가을 풍경을 선사한다면, 관방제림은 우리 땅의 나무가 오랜 시간 속에서 빚어낸 가장 한국적이고 사색적인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역사와 생태,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 공간

담양 관방제림 가을
담양 관방제림 가을 / 사진=담양 공식블로그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숲은 오늘날 담양의 문화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이 숲은 담양 여행의 시작점이자 중심축이다.

길 건너편에는 담양을 대표하는 생태공원 죽녹원이 자리하고 있어, 고목의 황금빛 터널과 대나무의 푸른 터널을 연이어 경험하는 특별한 가을 나들이 코스를 완성할 수 있다.

담양 관방제림 항공
담양 관방제림 항공 / 사진=담양 공식블로그

또한 숲 주변 고수부지에는 지역 행사가 열리는 추성경기장과 2005년 조성된 조각공원이 있어 볼거리를 더하며, 잘 정비된 산책로는 사색을 즐기는 여행자는 물론 가족, 연인들에게도 최적의 휴식처를 제공한다.

여름의 관방제림이 시원한 그늘로 더위를 식혀주는 쉼터라면, 가을의 관방제림은 역사의 향기 속에서 마음을 채우는 사색의 공간이다. 이번 가을, 붉은 단풍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370년의 시간이 쌓인 황금빛 숲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서 당신은 가장 깊고 지적인 가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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