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천 원으로 북유럽 풍경을 보다니”… 1,300그루가 만든 2.1km 메타세쿼이아 설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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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이국적 겨울 산책 명소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설경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도에 이토록 묵직한 겨울 기운이 깃든 곳이 있을까. 도로를 따라 달리다 어느 순간 시야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면, 대부분의 여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높고 반듯한 나무들이 길 양옆을 채우고, 그 너머로 이어지는 원근감은 마치 낯선 나라의 숲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은 바로 그 순간을 선물하는 곳이다.

사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지지만, 겨울의 이 길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1,300그루가 만들어내는 설경은 북유럽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이국적이며, 단돈 2천원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메타세쿼이아길과 연못의 설경
메타세쿼이아길과 연못의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진관

겨울이 찾아오면 메타세쿼이아길은 본래의 초록 터널을 접어두고 전혀 다른 얼굴을 내보인다. 나무마다 잔설이 머무는 모습은 절제된 장식처럼 단정하고, 길 양옆으로 늘어선 실루엣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큰눈이 내린 다음 날 아침이면 나무들이 만든 규칙적인 간격이 한층 선명해지며 몽환적인 장면을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흔히 이 순간을 두고 ‘국내에서 보기 힘든 느낌’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눈이 흩날리는 길을 천천히 걸으면 남도의 따뜻한 기운은 잠시 잊히고 북유럽 혹은 홋카이도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이 길이 주는 이질감은 단순한 ‘하얀 배경’ 때문만이 아니다. 나무의 키와 간격이 거의 일정해 시각적으로 깊은 원근감을 만들어내고, 그 위로 내려앉은 눈은 공기를 한 번 더 정제한 듯한 고요를 더한다.

1,300그루가 만들어낸 길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겨울 풍경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겨울 풍경 / 사진=전라남도청 공식 블로그

지금의 장면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의 역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담양군은 국도 24호선 일부 구간에 1,300그루의 어린 메타세쿼이아를 심으며 지금의 풍경을 만들어갈 첫 밑그림을 그렸다.

처음 조성된 구간은 약 5km였고,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 도로는 단순한 가로수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현재 여행자가 실제로 걷는 관광 산책로는 약 2.1km로, 차량이 들어오지 않아 더욱 온전히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길 자체는 길지 않지만, 걷는 동안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은 단조롭지 않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의 굴절이 달라지고, 발걸음에 따라 그림자가 뒤섞이며 분위기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이들이 흔히 말한다. “같은 길인데, 돌아보면 또 다른 장면이 있다.”

겨울 산책을 위한 현실적인 정보들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설경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설경 / 사진=담양군 공식 블로그

이곳을 찾으려면 운영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5월부터 8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입장할 수 있고, 기온이 내려가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눈 내린 풍경을 보려면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여행자가 많다. 특히 큰눈이 지난 다음 날 오전은 나무 실루엣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때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2,000원이다. 겨울철 이국적인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담 없는 금액이다. 청소년과 군인은 1,000원, 어린이는 700원이며, 20명 이상 단체는 조금 더 저렴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담양군민과 만 6세 이하 어린이,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편하게 찾는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모습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모습 / 사진=전라남도청 공식 블로그

차량을 이용한다면 메타세콰이어랜드에 넓게 마련된 1·2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겨울 성수기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주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담양공용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10-1번, 13-1번, 311-2번 버스를 타면 된다. 목적지 인근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산책로 초입에 자연스럽게 닿는다.

길 곳곳에는 카페와 쉼터, 작은 갤러리가 자리해 있어 잠시 머물며 추위를 녹이기 좋다. 무장애 접근 환경도 잘 갖춰져 있어 휠체어 이용자도 출입구까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덕분에 계절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산책길로 사랑받는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풍경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심재환

눈 덮인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은 겨울이라는 계절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장소다. 1,300그루가 만든 규칙적인 리듬 속을 걸으면 복잡한 생각이 잠시 멈추고, 남도의 공기마저 고요한 설경 속에 잠긴 듯하다.

부담 없는 입장료와 편리한 접근성, 그리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은 이 길을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머물고 싶은 풍경’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이번 겨울, 삿포로까지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인 설경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여행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이들에게 담양의 이 길은 충분히 특별한 답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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