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40m를 차로 오른다”… 3km 굽이길 달리는 숲속 드라이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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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보발재
가을 못지않은 여름의 숨은 매력

보발재 전망대
보발재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윤구

가을이면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붉은 단풍길. 많은 이들이 ‘보발재’ 하면 불타는 듯한 단풍의 향연을 떠올린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한여름, 가장 푸르고 생명력 넘치는 계절에 그곳을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모두가 붉은색을 예찬할 때, 그곳에 숨겨진 짙은 녹음의 비밀을 찾아 떠나 볼 시간이다.

단양 보발재전망대

보발재 전망대 전경
보발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고드너미재’라는 옛 이름을 함께 지닌 보발재는 충청북도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산14-3 인근에 자리한 고갯길이다. 내비게이션에 ‘보발재 전망대’를 입력하고 향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연중무휴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 요금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이곳은 소백산의 장대한 산세와 어우러진 약 3km의 굽이치는 도로가 압권으로, 사계절 내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드라이브 명소로 이름나 있다.

보발재 전망대 드라이브
보발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재현

특히 가을 단풍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보발재의 진정한 반전 매력은 바로 여름에 드러난다. 해발 540m 높이를 오르며 창문을 열면, 도심의 후텁지근한 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서늘하고 상쾌한 바람이 차 안을 가득 채운다.

이는 지대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약 0.6℃씩 낮아지는 과학적 원리 덕분으로, 정상 부근은 평지보다 체감온도가 3~4°C가량 낮아 천연 에어컨과도 같다.

여름의 보발재는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빛 숲 터널’을 달리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갓 피어난 연둣빛 잎사귀부터 한여름의 짙은 녹음까지, 다채로운 초록의 파노라마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보발재 전경
보발재 / 사진=충청북도 공식블로그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과 숲의 향기, 귓가를 채우는 매미 소리는 붉은 단풍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적 만족감을 안겨준다. 단양군 문화관광 자료 역시 이곳을 특정 계절이 아닌 ‘사계절 드라이브 코스’로 소개하며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상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르면 S자로 휘어지는 도로와 그를 감싼 소백산의 푸른 능선이 한눈에 담긴다. 이는 사진작가들이 가을뿐만 아니라 녹음이 가장 짙은 여름에도 즐겨 찾는 풍경이다. 또한 이곳은 소백산 자락길 6코스의 일부이기도 해, 잠시 차를 세우고 시원한 숲 그늘 아래서 가벼운 산책이나 산림욕을 즐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보발재 드라이브
보발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다만, 별도의 공식 주차장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망대 인근 공터나 갓길을 안전하게 이용해야 한다. 북적이는 여름 피서지를 피해 한적하고 여유로운 휴식을 원한다면,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의 고즈넉함이나 온달관광지의 역사적 정취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훌륭한 선택지다.

가을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던 단양 보발재의 청량한 여름 풍경. 모두가 아는 단풍 명소의 숨겨진 얼굴을 발견하는 것은 오직 여름에 떠나는 자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즐거움이다. 올여름, 틀에 박힌 피서가 지겹다면 시원한 녹음이 파도치는 초록빛 고갯길로 핸들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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