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구인사
소백산 만추의 색채 향연

매년 가을이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최고의 단풍을 찾아 길을 나선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가을의 색은 고요한 숲길이 아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장엄한 건물들 사이에서 폭발한다.
상상만으로도 낯선 이 풍경이 현실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단양 구인사다. 이곳의 가을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발아래부터 머리 위까지, 온통 불타는 단풍의 파노라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이로운 체험 그 자체다.
단양 구인사
“무료 공양까지 즐기는 단풍 명소”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 구인사는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구인사길 73, 소백산의 깊은 골짜기에 신비롭게 자리하고 있다.
1945년 작은 초암에서 시작된 이곳은 현재 50여 동의 거대한 건물들이 계곡을 따라 수직으로 솟아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수직적 구조는, 가을 단풍을 가장 입체적이고 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되었다.
이곳에서 단풍은 멀리서 바라보는 감상의 대상을 넘어선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부터 노란 은행나무가 황금빛 터널을 만들고, 경내로 들어서면 주홍빛, 진홍빛,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들이 건물의 창문마다 그림처럼 걸린다.
장엄한 건물들의 정제된 선과 색은 그 자체로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소백산의 원색적인 단풍 빛깔을 한층 더 선명하고 강렬하게 터뜨려준다.
단풍 바다를 오르는 걸음마다 절경이 펼쳐진다

구인사의 가을은 오르는 행위 그 자체로 완성된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면(승용차 3,000원) 사천왕문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가파른 길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주지만, 이때부터 이미 단풍 여행은 시작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화려한 색의 향연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셔틀에서 내려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하면, 모든 길이 단풍 전망대로 변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야는 점점 높아지고, 발아래 펼쳐지는 단풍은 점차 붉은 바다처럼 넘실댄다.

고개를 들면 건물 처마 끝에 걸린 새빨간 단풍잎이 파란 가을 하늘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잠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길과 건물들이 색색의 숲에 파묻힌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오층대법당의 웅장함마저도 이 계절만큼은 화려한 단풍의 병풍 앞에서 겸허해지는 듯하다.
이 특별한 여정 중에는 따뜻한 나눔도 경험할 수 있다. 보통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 향적당에서 모든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무료 점심 공양은 붉게 물든 산의 정기를 느끼며 맛보는 최고의 가을 별미가 되어준다.
붉은 세상의 한가운데에 서다

숨 가쁘게 올라온 길의 정점, 창건주를 모신 대조사전 앞에 서서 지나온 세상을 내려다보는 순간, 방문객은 마침내 깨닫게 된다. 자신이 거대한 단풍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이라는 사실이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오직 겹겹이 이어진 소백산의 능선과 그 위를 온통 뒤덮은 불타는 가을의 색채뿐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거대한 건물들은 이제 거대한 단풍의 파도 속에 점점이 박힌 조각들처럼 보인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는 단풍을 품은 건축이었지만, 이곳 정상에서만큼은 건축을 압도하는 대자연의 교향곡이 연주된다.
잊지 못할 가을을 찾는다면 단양 구인사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단풍을 넘어, 온몸으로 가을의 색채 속을 유영하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소백산의 가을이 절정의 빛으로 방문객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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