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샤스타데이지 명소
80명 주민들이 3년간 만든 꽃길

샤스타데이지는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가 절정이다. 햇살을 좋아하는 꽃답게 따사로운 날씨 속에서 가장 화사하게 피어난다.
특히 물 빠짐이 좋은 시골 들판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단양 상원곡리처럼 야트막한 구릉과 넓은 밭이 어우러진 마을에서는 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초여름의 공기는 가볍고 바람은 부드럽다. 그 속에서 바람결 따라 살랑이는 하얀 꽃잎들은 걷는 사람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강렬하지 않은 초록의 배경 위에 순백의 데이지가 쏟아지듯 핀 꽃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 대신, 자연이 주는 청량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샤스타데이지는 하얀 꽃잎과 노란 중심부가 마치 달걀프라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귀엽고 순박한 별명만큼이나 꽃 자체도 밝고 사랑스럽다.
그런 샤스타데이지가 상원곡리 마을 전체를 감싸듯 피어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이 꽃길은 2022년 마을 이장 표성연 씨의 “우리 마을도 꽃처럼 환해지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됐다. 이 말에 마음이 움직인 주민들이 하나둘 씨를 뿌리고 흙을 다지며 시작된 조성 작업은 어느덧 3년째.
지금의 1km 꽃길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가꿔온 정성과 기다림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상원곡리는 대형 유적지도, 유명한 핫플도 없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하지만 이 꽃길이 열리며 그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단양읍과 충주, 제천 등 인근 지역에서 방문객들이 하나둘 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장소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아침 햇살이 내려앉는 시간이나 늦은 오후의 따스한 노을이 감도는 시간에 이 꽃길을 걸으면 꽃잎 사이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곳곳에 놓인 벤치에 잠시 앉아 꽃향기를 맡고 있으면 번잡한 일상은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상원곡리 꽃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결코 소란스럽지 않다. 주민들은 이 꽃길이 ‘단양의 명소’가 되기를 바라기보단, 이곳을 찾는 이들이 조용히 걷고 조심히 바라봐주길 바란다.
복잡한 여정을 계획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양의 조용한 마을에서 마주한 이 하얀 꽃길 하나면 올 초여름의 기억은 충분히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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