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겨울 능선과 향적봉 설경

겨울이 깊어질수록 산은 더 고요해지고, 나무들은 바람에 얼어붙어 흰 조각상처럼 변해간다. 남부지방에서도 이런 설경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지만, 단 한 곳은 예외다.
해발 1,600m급 고산 지대를 품은 덕유산은 겨울마다 순백의 능선을 드러내며 강원도 못지않은 설경을 만들어낸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고원을 걷기 위해 땀을 비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한 번이면 설천봉까지 단숨에 오르고, 그 위에서부터 본격적인 겨울 산의 매력이 시작된다.
덕유산

덕유산 겨울 산행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가장 큰 이유는 설천봉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출발해 약 15분이면 해발 1,520m 고도에 도착하며, 왕복 이용 요금은 대인 2만 5천 원, 소인 2만 원으로 운영된다.
계절과 요일에 따라 운행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며, 하산 시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설천봉까지의 접근성은 매우 단순해 자가용 이동 시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 나들목에서 약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터미널을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무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리조트까지 이어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수월하다. 설천봉에 내리는 순간 고지대 특유의 찬 기운이 먼저 다가오고, 종종 얼음 결정이 바람에 휘날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약 20분이면 충분하며 완만한 능선이 이어져 중장년층이나 초보자도 큰 무리 없이 겨울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순백의 산세가 펼쳐지는 능선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에 위치한 덕유산의 중심은 해발 1,614m 향적봉이다. 이곳은 겨울이면 적설량이 꾸준해 남부권에서 보기 드문 안정적인 설경이 형성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해발 1,300m 이상에서는 눈이 쌓이며 넓고 둥근 형태의 능선이 만들어지고, 간혹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눈꽃들이 소나무와 주목 위를 장식한다.
정상 부근은 바람의 세기가 큰 편이라 나뭇가지마다 빙결이 붙어 흰빛을 띠는 날이 많다. 이는 겨울철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장면으로, 같은 능선에서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북동쪽으로는 길게 뻗은 백두대간 능선이 이어지고, 반대편으로는 구천동 계곡과 무주군 일대가 한눈에 들어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향적봉에서 만나는 파노라마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0.6km 남짓한 탐방로는 겨울철 덕유산의 정수를 담고 있다. 적설이 충분한 날이면 길가의 나무마다 하얀 수정이 달린 듯 빛이 번지고, 능선을 따라 걸을수록 시야가 점점 트여 가는 것이 느껴진다. 정상에 오르면 주변 산군이 겹겹이 펼쳐지며 더 깊은 장관을 만든다.
적상산부터 마이산, 지리산, 가야산, 무등산까지 이어지는 산맥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오며, 겨울철 특유의 맑은 대기 덕분에 먼 능선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많다.
능선 위에 서면 바람이 차갑게 살결을 스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든 눈앞의 풍경에 집중하게 된다. 짧은 거리임에도 이곳이 겨울 산행 명소로 꼽히는 이유가 충분히 드러난다.
한편 겨울철 기온 변화는 다소 큰 편이라 방풍 재킷과 장갑, 넥워머, 아이젠 같은 장비를 갖추면 탐방이 훨씬 안전해진다. 특히 오후 늦게 올라가는 경우 일몰 전 하산 시간을 반드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설경이 더 돋보이는 탐방 코스들

덕유산은 설천봉과 향적봉을 잇는 능선 외에도 다양한 코스를 품고 있다. 삼공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구천동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겨울 숲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트레킹 루트다.
송계사에서 시작하는 구간 또한 겨울의 고즈넉함이 살아 있는 코스로 알려져 있으며, 안성탐방지원센터를 경유하는 길 역시 한층 더 깊은 산세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코스는 설천봉 구간보다 체력 소모가 있는 편이라, 강설 시 체감 난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와 달리 케이블카를 이용해 설천봉으로 오르면 누구나 쉽게 고지대 설경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가벼운 산행을 원하는 이들은 짧은 구간만으로도 덕유산의 겨울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겨울의 덕유산은 단순히 눈이 쌓인 산이 아니라 고지대만의 기온과 바람, 능선의 곡선이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설경 무대를 만들어 낸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이 풍경의 중심부까지 닿을 수 있어 더 많은 이들이 겨울 산의 매력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한 구간만 걸어도 겨울이 가진 조용한 아름다움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이번 겨울, 멀리 가지 않아도 색다른 설경을 만나고 싶다면 덕유산의 하얀 길을 직접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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