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40m에서 보는 단풍 절경이라니”… 차 타고 편하게 즐기는 가을 드라이브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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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도마령
구절양장 도로의 압도적 풍광

도마령
도마령 / 사진=영동군

붉고 노란 단풍이 산자락을 휘감을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곳이 있다. 충청북도 영동군에는 아직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겨진 드라이브 명소가 있다.

차를 타고 거침없이 오르다 보면 어느새 해발 840m 고갯마루에 닿는 곳, 바로 도마령이다.

이곳은 그저 높은 고갯길이 아니다. 아찔한 곡예비행처럼 이어지는 도로와 그 정상에서 만나는 팔각정에는 자연의 위대함과 그것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있다.

영동 제일의 드라이브 코스로 불리는 이곳의 숨겨진 매력을 깊이 파고들어 본다.

영동 도마령

도마령 가을 풍경
도마령 가을 풍경 / 사진=영동군

도마령은 공식적으로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 산 56-17에 위치한 고갯마루를 일컫는다. 이곳은 영동의 최고봉인 민주지산(해발 1,241m) 자락에 자리하며, 충북 영동에서 전북 무주로 넘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이 고갯길의 이름에는 흥미로운 유래가 전해진다. 옛날 칼을 든 장수가 말을 타고 이 험준한 고개를 넘었다 하여 ‘도마령’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답마령’이라는 옛 이름으로도 불렸다.

과거에는 험한 비포장도로였으나, 현재는 말끔한 2차선 포장도로로 정비되어 누구나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마치 용이 승천하듯 구불구불 휘어지는 구절양장 형태의 도로는 운전자에게 아찔한 긴장감과 동시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산세를 선물한다.

봄에는 신록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그리고 가을에는 불타는 단풍이 계절마다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려낸다.

태풍의 상처 위에 세운 ‘국악의 상징’, 상용정

도마령 주차장
도마령 주차장 / 사진=영동군

도마령 정상의 핵심은 단연 팔각정 ‘상용정’이다. 이 정자는 단순히 경치를 조망하기 위한 쉼터를 넘어, 영동군민들의 의지와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상용정은 2002년과 2003년, 지역을 강타한 태풍으로 큰 수해를 입었을 당시, 그 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었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상징물인 셈이다.

전통 한식 목조 구조로 지어진 ‘와가팔각정’ 형태이며, 지붕을 받치는 ‘이익공식 공포’ 양식을 적용해 웅장함과 전통 건축미를 동시에 살렸다.

도마령 풍경
도마령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정자의 초석이다. 화강암으로 만든 초석에는 우리나라의 대표 국악기인 ‘대금’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는 영동이 ‘국악의 고장’임을 암시하는 섬세한 건축적 장치다.

상용정에 올라서면, 사방이 막힘없이 트인 시야 너머로 춤을 추듯 뻗어 나가는 도마령의 도로와 민주지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 <집으로>의 정취, 사계절 무료 개방

도마령 단풍
도마령 단풍 / 사진=영동군

이곳은 2002년 개봉한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순박한 인심이 가득했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도마령은 방문객에게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여유와 평온함을 선사한다.

도마령은 연중무휴, 24시간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 요금이 없다. 덕분에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 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민주지산의 숲길을 따라 산악자전거(MTB)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사랑받는 코스다.

이번 가을,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단풍의 파도 속으로 차를 몰고 싶다면 영동 도마령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해발 840m 정상의 상용정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더 자세한 관광 정보는 영동군청 관광과(043-740-3206)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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