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 중에 동굴이 발견됐다고?”… 4억 년 전을 만나는 지하 1,510m 이색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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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곡황금박쥐동굴
동해 도심 속 석회암 동굴의 신비

천곡황금박쥐동굴
천곡황금박쥐동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IR 스튜디오

14~15℃의 서늘한 공기가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 공간은 여름이면 천연 냉방 피서지로, 겨울이면 따뜻한 지하 안식처로 방문객을 맞는다. 1991년 천곡동 신시가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된 이 동굴은 전체 길이 1,510m에 이르는 석회암 수평동굴이다.

지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지하 10m 아래로 발을 옮기는 순간,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장관이 펼쳐진다. 종유석과 석순, 국내 최대 규모 천장 용식구까지 갖춘 이 공간은 단순한 동굴 관람을 넘어 생태와 지질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도심 속 석회암 동굴의 입지와 발견 역사

천곡황금박쥐동굴 모습
천곡황금박쥐동굴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IR 스튜디오

천곡황금박쥐동굴(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동굴로 50)은 동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도심형 석회암 동굴이다. 고생대 조선누층군 대기층, 이른바 풍촌 석회암층에서 형성된 이 동굴은 4억~5억 년이라는 시간의 두께를 지하에 품고 있다.

1991년 6월 아파트 공사 중 우연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정밀 조사를 거쳐 1996년 공개됐으며, 2019년에는 동굴 보호 및 정비 공사를 마치고 현재의 이름인 천곡황금박쥐동굴로 명칭을 새로 달았다. 도심 한가운데 이처럼 온전한 형태의 석회암 동굴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지질학적으로 희귀한 사례에 해당한다.

국내 최대 천장 용식구와 황금박쥐 서식지

천곡황금박쥐동굴 석주
천곡황금박쥐동굴 석주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관람 구간은 전체 1,510m 가운데 810m로, 나머지 700m는 황금박쥐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유지된다. 관람 구간 안에는 종유석·석순·석주는 물론,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천장 용식구가 자리하며, 커튼형 종유석과 석회화폭포·피아노폭포 같은 희귀 생성물도 이어진다.

특히 샘실신당 구역은 석주와 좌불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으로 사진 촬영 명소로 꼽힌다. 최근 개방된 저승굴은 실제 동물 뼈와 센서 조명을 활용한 체험형 공간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방문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더하는 편이다.

동굴 이름에 담긴 황금박쥐는 정식 명칭 붉은박쥐로,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종이다.

돌리네 탐방로와 야생화 체험공원의 부대 시설

천곡황금박쥐동굴 관람
천곡황금박쥐동굴 관람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동굴 관람 후에는 지상의 카르스트 지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돌리네 탐방로가 기다린다. 534m 목재데크로 구성된 이 탐방로는 전체 약 785m 코스로, 석회암 지형이 만들어낸 오목한 분지 지형을 걸으며 관찰하기 좋다.

탐방로 인근 야생화 체험공원에는 100여 종 5만여 본의 수목과 야생화가 식재돼 있으며, 별도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동굴 건물 2층에는 162㎡ 규모의 GG파크와 동굴전시실, 화석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관람 전후 학습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입장료와 연중무휴 운영 정보

천곡황금박쥐동굴 내부 모습
천곡황금박쥐동굴 내부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IR 스튜디오

운영 시간은 평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성수기인 7~8월에는 오후 7시 30분까지 연장 운영한다. 입장 마감은 종료 30분 전이고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입장료는 개인 성인 5,000원, 학생·군인 3,000원, 어린이 및 65세 이상 2,000원이며, 강원특별자치도민은 50% 할인이 적용된다.

주목할 점은 입장료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동해사랑 상품권으로 환급되어 동해시 내 식당과 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차비는 소형 당일 1,000원, 대형 2,000원이다.

동해고속도로 동해 나들목 인근에 위치하며, 동해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버스터미널에서 천곡황금박쥐동굴 정류장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내부 바닥이 미끄럽고 낮은 통로가 있어 편안한 신발 착용을 권장하며, 입구에 비치된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천곡황금박쥐동굴 계단
천곡황금박쥐동굴 계단 / 사진=한국관광공사 IR 스튜디오

도심 한복판에서 억 년의 지질 기록과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를 동시에 마주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입장료 환급 혜택과 낮은 주차비까지 더해져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실질적인 부담도 적은 편이다.

시원한 지하 세계로 떠나고 싶은 날, 동해 도심의 지하 810m 여정이 충분한 답이 될 것이다. 관람을 마친 뒤 돌리네 탐방로를 따라 지상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면, 지하와 지상이 이어진 하나의 온전한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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