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바닷길이 왜 안 알려졌을까?”… 등대·벽화마을까지 잇는 해안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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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해변
동해 한섬해변 / 사진=강원관광

여름의 동해바다는 으레 인파와 소음으로 가득 찬 풍경을 떠올리지만, 강원도 동해시에는 그 고정관념을 기분 좋게 깨뜨리는 곳이 있다.

도심과 불과 한 걸음 거리에 있으면서도 마치 다른 세상처럼 고요한 ‘한섬해변’이다. 백사장 너머로 영동선 기찻길이 나란히 달리는, 낭만적이면서도 이색적인 풍경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북적이는 관광지의 소란 대신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한눈에 담기는 아담한 해변과 울창한 송림, 그리고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 소리는 번잡함을 피해 온전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동해 비밀해변
동해 한섬해변 / 사진=강원관광

한섬해변의 진정한 매력은 백사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해변을 감싼 솔숲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이내 ‘관해정(觀海亭)’이라는 아담한 정자에 닿는다.

이름 그대로 ‘바다를 보는 정자’인 이곳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진한 솔향을 맞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에 최적의 장소다.

특히 이곳의 현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조선 후기 서예의 맥을 이은 마지막 대가로 평가받는 석재 최중희 선생의 기품 있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잠시 머무는 휴식에 문화적 향취를 더한다.

강원도 한섬해변
동해 한섬해변 / 사진=강원관광

관해정을 뒤로하고 해안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촌의 활기가 느껴지는 천곡항을 지나 묵호의 언덕길로 접어든다. 이 길의 최종 목적지는 해발 67m 언덕 위에 자리한 ‘묵호등대’다.

1963년 처음 불을 밝힌 이래 동해를 오가는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어준 등대로, 이곳에 서면 동해시의 해안선과 묵호항의 전경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풍경 속에는 방금 지나온 한섬해변도 아련하게 자리하고 있다. 등대 내부에는 등대의 역할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홍보관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동해 한섬해변
동해 한섬해변 / 사진=강원관광

밤이면 묵호항을 가득 메운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어화, 漁火)이 장관을 이루지만, 등대 자체는 정해진 운영 시간에만 개방되므로 방문 계획 시 참고해야 한다.

묵호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등대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바로 ‘논골담길’ 벽화마을이다. 묵호항의 역사와 어민들의 고단했던 삶의 이야기가 아기자기한 벽화와 조형물로 재탄생한 곳이다.

가파른 언덕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예쁜 카페와 소품 가게들이 나타나, 산책의 피로를 풀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동해 해변
동해 한섬해변 / 사진=강원관광

동해 한섬해변에서 시작해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에서 마무리되는 이 도보 코스는, 하나의 길 위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와 예술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다.

북적이는 대형 해수욕장 대신 고요한 해변에서 사색을 즐기고, 명사의 글씨가 새겨진 정자에서 숨을 고르며, 항구의 언덕 위 등대에서 삶의 풍경을 조망하는 경험은 동해 가볼만한곳 목록에 새로운 방점을 찍는다.

반나절의 시간 동안 이 길을 온전히 걷고 나면, 익숙했던 도시 동해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현지인처럼 깊이 있는 여행을 즐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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