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가장 걷기 좋은 계곡길

강원도 동해라고 하면 바다가 먼저 떠오르지만 진짜 보물은 산자락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이어지는 4km의 계곡길. 바로 이곳이 ‘무릉계곡’이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내려올 만큼 경관이 빼어나며 거대한 바위 위에 새겨진 시구들과 깊은 숲, 청량한 물줄기, 고즈넉한 사찰이 어우러진 풍경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선 감동을 선사한다.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는 오래전부터 인정받아 왔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무릉계곡은 바쁘게 흘러가는 삶에 쉼표를 찍어주는 여행지다.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중국 고전 속 이상향 ‘무릉도원’을 닮았다는 찬사가 붙을 정도로 아름다움이 압도적이다.
계곡은 호암소에서 시작해 용추폭포까지 이르며 그 길을 따라 펼쳐지는 자연의 명소들은 하나같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무릉반석은 약 1,000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암반으로 옛 시인과 묵객들이 남긴 글귀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조선 4대 명필 중 한 명인 양사언은 “신선들이 노닐던 이 세상의 별천지”라는 문장으로 이 계곡의 진면목을 표현했다.

트레킹을 하며 마주치는 풍경들은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다. 졸졸 흐르는 물줄기와 바위 사이를 가로지르는 오솔길,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펼쳐지는 명승들이 진정한 매력을 완성한다.
무릉반석을 지나면 병풍처럼 둘러싼 절벽과 맑은 물이 고인 선녀탕,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학소대가 차례로 등장한다. 여정의 끝자락에서 마주하게 되는 쌍폭포와 용추폭포는 이 길의 백미다.
두 개의 폭포가 마주 보고 쏟아지는 쌍폭포는 대칭미가 아름답고 세 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는 용추폭포는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장쾌한 장관을 연출한다.

무릉계곡은 자연만 품은 곳이 아니다. 이곳은 임진왜란의 격전지였던 두타산성과 고승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삼화사, 금란정 같은 유적들이 함께 어우러진 역사적 공간이다.
삼화사는 고요한 숲속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머물기 좋은 장소다. 금란정에서는 계곡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잠시 앉아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이 계곡길은 정선 임계를 지나 서울로 향하던 옛 선조들의 도보 길이기도 하다. 그 발자취를 따라 걷는 일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여행 그 자체다.

계곡의 절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아쉽다. 이럴 땐 인근 캠핑장이나 숙소에서 하룻밤 머무는 걸 추천한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휴식이 공존하는 무릉계곡. 기암괴석이 빚어낸 예술과 맑은 계류, 시인들이 남긴 흔적과 조상의 발자취까지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을 추억을 선사한다.
복잡한 일상에 지쳤다면 천천히 걸으며 생각을 비울 수 있는 무릉계곡으로 떠나보자. 멀리 있지 않은 무릉도원이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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