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물회·민박 3박자 완벽한 힐링지

동해를 따라 뻗은 7번 국도는 여름이면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는 차들로 분주하다. 저마다의 목적지는 속초, 강릉, 양양 등 이름난 해변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분주한 도로에서 불과 1km 남짓 벗어난 곳에, 마치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인파와 소음 대신 파도 소리와 고요함이 주인이 되는 곳, 바로 가진해변이다.
작은 규모가 선사하는 특별한 가치

가진해변의 첫인상은 ‘아담함’으로 요약된다. 약 13,223m²(약 4,000평) 규모의 백사장은 거대 해수욕장의 위용 대신 포근한 안식처의 느낌을 준다. 이곳의 진짜 가치는 규모가 아닌 색채에서 드러난다.
남국의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푸른색과 에메랄드빛이 오묘하게 뒤섞인 바다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풍경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자연스럽게 해변의 성격을 규정했다. 대형 리조트나 상업 시설 대신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소박한 민박집들이 해변을 감싸고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번잡함을 피해 온전한 휴식을 갈망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다.
해변의 끝에서 시작되는 미식의 즐거움

가진해변의 매력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해변 바로 옆에는 활기 넘치는 어촌의 심장부, 가진항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작은 항구는 동해안의 신선함이 집결하는 곳으로, 해수욕과 미식이라는 두 가지 즐거움을 완벽하게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특히 이곳의 명물로 꼽히는 것은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든 물회와 활어회다. 땡볕 아래서의 해수욕으로 달아오른 몸을 시원한 물회 한 그릇으로 달래는 경험은 가진해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호사다.
이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직접 맛보는 미식 체험이 된다.
자연이 정해준 경계, 15미터의 의미

이토록 매력적인 가진해변에도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유영 구역이 해안선에서부터 15m로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뜻 아쉬운 제약처럼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이곳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거친 파도에 맞서 먼바다로 나아가는 도전적인 해수욕이 아닌, 맑고 얕은 물에서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환경임을 의미한다.
이 15미터라는 경계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소란을 피해 조용한 물놀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평온함을 보장하는 암묵적인 약속과도 같다. 해변의 아담한 규모와 얕은 수심은 이곳이 왜 ‘아는 사람만 찾는’ 가족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해 준다.

가진해변의 진정한 가치는 뜨거운 여름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된다. 북적이던 피서객이 떠난 자리에 오롯이 남은 에메랄드빛 바다는 사색과 평온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는 가진해변이 단순한 여름 피서지를 넘어, 언제든 찾아와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장소임을 시사한다.
가진해변은 소음 대신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삼으며, 인파 속에서 길을 잃기보다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에 집중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가장 현명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음 강원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7번 국도의 엑셀에서 잠시 발을 떼고 1km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 당신이 찾던 진짜 ‘쉼’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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