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200평 목조건축의 설경”… 동양화 같은 풍경의 겨울 산사 명소

입력

천안 각원사
국내 최대 청동좌불상을 만나는 겨울

각원사 겨울 전경
각원사 겨울 전경 / 사진=천안 공식 블로그 김동엽

겨울이 깊어질수록 천안의 각원사는 더욱 고요한 매력을 품는다. 태조산 자락을 따라 오르는 길마다 눈이 얹히고, 사찰을 감싸는 침묵은 여행자를 조용히 품어준다.

이 계절의 각원사는 청동대불의 자비로운 표정 위로 소복이 쌓인 흰 눈이 은빛 광채처럼 반짝이며, 도시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평온함을 선물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천안 각원사

각원사 상암저수지
각원사 상암저수지 / 사진=천안 공식 블로그 이미경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에 위치한 각원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상암저수지다. 사찰 앞 연못으로 알려진 이곳은 물결 위로 겨울 하늘이 비치고, 가장자리에 쌓인 눈이 고요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계절의 공기를 느끼기 좋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물 위로 비치는 설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눈이 내리는 날에는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가 완성된다.

이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태조산이 품고 있는 겨울 숲의 정적이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진다. 종소리와 바람 소리가 은은하게 섞여 들려오고, 눈꽃이 흩날리는 산사의 분위기는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만든다. 사찰로 향하는 입구에서부터 각원사만의 겨울 여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203계단과 청동대불

각원사 청동좌불상
각원사 청동좌불상 / 사진=천안 공식 블로그 김동엽

각원사에 이르는 무량공덕계단은 겨울에 더욱 인상 깊다. 108계단부터 시작해 48계단, 32계단, 12계단, 그리고 마지막 3계단까지 총 203계단을 오르는 길은 눈이 소복하게 쌓이면 오히려 산사의 차분한 기운을 더욱 느끼게 한다.

계단마다 불교적 의미가 담겨 있어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면 눈 덮인 태조산 아래로 펼쳐지는 겨울 풍경이 조용히 펼쳐진다.

정상을 향해 가까워질수록 거대한 아미타불 청동대불이 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흰 설경 속에서 더욱 신비롭게 보인다. 높이 15m, 무게 60톤의 대불은 서쪽 하늘을 향해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눈 쌓인 겨울에는 장엄함이 한층 더해져 바라보는 순간 압도적인 감동이 찾아온다.

국내 최대 규모 목조건축

각원사 겨울
각원사 겨울 / 사진=천안 공식 블로그 김동엽

청동대불을 지나 사찰 중심으로 들어서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대웅보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평 200평의 웅장한 목조건물이 설경 속에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다.

처마 끝마다 쌓인 눈이 고요한 산사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고, 경내를 거닐면 눈 밟는 소리만이 발걸음을 따라온다. 대웅보전 주변으로는 산신전, 천불전, 칠성전 등 다양한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어 겨울철에도 둘러볼 거리가 많다.

특히 대불 뒤편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아담한 돌탑과 약수터로 이어져 있어 짧은 겨울 산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태조산의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나무 사이로 은은한 종소리가 퍼지고, 그때마다 눈 덮인 사찰은 더욱 평온한 기운을 품는다. 사계절 아름다운 곳이지만, 겨울만큼 고요한 순간을 오래도록 전하는 계절은 없다.

각원사 설경
각원사 설경 / 사진=천안 공식 블로그 김동엽

각원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태조산 산길은 겨울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가 있다. 청송사와 구름다리, 성불사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솔바람길은 눈이 쌓이면 난이도가 조금 높아지지만, 그만큼 운치가 더 깊어진다.

천천히 걸으면 자연스럽게 들숨과 날숨의 리듬이 산의 고요함과 어우러지고, 산정상에 오르면 천안 시내가 눈 속에 잠긴 듯한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각원사는 상시 개방, 연중무휴이며 입장료와 주차비도 무료이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머리를 비우고 싶은 순간에 각원사는 더없이 좋은 쉼터가 된다. 설경 속 산사의 평온함과 태조산의 맑은 공기는 여행자를 가만히 감싸 안으며 겨울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각원사 겨울 풍경 / 사진=천안 공식 블로그 김동엽

겨울의 각원사는 눈이 만들어낸 정적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상암저수지의 잔잔한 풍경에서 시작해 무량공덕계단의 203계단을 오르고, 눈을 머금은 청동대불과 대웅보전을 지나며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된다.

태조산의 산길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짧지만 깊은 휴식을 주는 시간이다. 올겨울 조용한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눈 내린 각원사에서 마음을 비우고 차분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고요한 산사 속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미소는 겨울 여행의 기억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