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산군립공원
대한민국 1호 군립공원의 품격

매년 10월 말이면 대한민국은 ‘단풍 전쟁’을 치른다. 유명 국립공원의 주차장은 새벽부터 만차가 되고, 케이블카 탑승권은 하늘의 별 따기다. ‘아름다운 단풍은 가파른 산행의 대가’라는 공식은 올해도 여전하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고정관념을 깨고 등산화 대신 편한 운동화로, 등산 스틱 대신 유모차를 밀며 가을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휠체어가 가장 화려한 단풍 터널의 한가운데를 유유히 통과하는 곳. 1981년 대한민국 1호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강천산군립공원은 ‘모두를 위한 가을’이 무엇인지 40년 넘게 증명해왔다.
강천산군립공원

강천산군립공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97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1981년, 전국 최초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명소다.
‘최초’라는 타이틀에는 단순한 상징성 이상의 철학이 담겨 있다. 바로 ‘높은 정상을 정복하는 산’이 아닌, ‘모두가 자연을 누리는 공원’이 되겠다는 약속이다.
그 약속은 매표소에서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지는 왕복 약 5km의 ‘무장애 산책로’에서 완벽하게 구현된다.
이 길은 유모차와 휠체어 통행을 위해 특별히 관리되는 완만한 흙길이다. 방문객들은 정상인 왕자봉(583.7m)을 오르지 않고도, 강천산 가을의 하이라이트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애기단풍’이 선사하는 진홍빛 터널

강천산 단풍이 유독 강렬한 이유는 그 주인공이 애기단풍이기 때문이다.
흔히 ‘단풍’하면 정읍 내장산을 떠올리지만, 내장산의 단풍이 전통적인 크기의 잎이라면, 강천산의 애기단풍은 이름처럼 아기 손처럼 작고 앙증맞다. 잎이 작기에 햇빛을 더 투명하게 투과시키고, 그 결과 다른 어떤 곳보다 맑고 진한 붉은색을 뿜어낸다.
특히 5km 산책로 양옆으로 도열한 애기단풍나무는 방문객의 눈높이에서 붉은 터널을 만들어낸다. 고개를 한참 들어야 하는 거대한 단풍나무와 달리, 강천산에서는 단풍이 발끝에서부터 하늘까지 온몸을 감싸는 듯한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부터 산세가 수려하고 계곡이 깊어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렸던 이곳이, 가을이면 순창 고추장보다 더 맵고 진한 붉은빛으로 물드는 이유이다.
방문 전 꼭 알아야 할 이용 정보

강천산군립공원의 매력은 ‘한국관광 100선’에 꾸준히 선정될 만큼 공인받았으며,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정책을 운영 중이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5,000원이지만, 모든 유료 입장객에게 1인당 순창사랑상품권 2,000원을 환급해 준다. 사실상 3,000원에 이 모든 풍경을 누리는 셈이며, 환급받은 상품권은 인근 식당이나 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준다.
주차는 제1주차장부터 제5주차장까지 마련되어 있으며,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 다만 단풍 절정기 주말에는 혼잡이 극심하므로, 이른 아침 방문을 권장한다.

공원 운영 시간은 계절별로 다르다. 동절기(11월~3월)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절기(4월~10월)는 오전 6시 30분 또는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니, 늦어도 마감 1~2시간 전에는 입장을 마쳐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방문객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관리사무소(063-650-5542)에서는 휠체어를 무료로 대여해주며, 제3주차장에서 공원 안쪽까지는 무궤도 전기열차를 운행하여 걷는 수고를 덜어준다.

최영일 순창군수가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강천산만큼 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주말, 등산화 대신 편한 운동화 차림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등하고 아름다운 ‘붉은 카펫’을 만나러 순창으로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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