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000원에 이런 절경이?”… 작은 석상들이 장관을 이루는 천년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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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보문사
신라 635년부터 이어진 관음기도

보문사 풍경
보문사 풍경 / 사진=강화군 공식 블로그

12월의 석모도는 찬바람이 낙가산 능선을 타고 내려오며 겨울의 고요함을 더한다. 그 산자락 중턱, 서해를 마주 보고 앉은 사찰이 천년 넘게 기도의 영험을 전하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4년인 635년 회정대사가 금강산 수행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창건한 이곳은,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으로 손꼽힌다.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새겨진 눈썹바위와 바다에서 건져 올린 22개 석상의 전설, 그리고 겨울 서해가 만드는 설경까지 품은 이 사찰의 매력을 살펴봤다.

강화 보문사

보문사 겨울 풍경
보문사 겨울 풍경 / 사진=보문사 홈페이지

보문사 창건 14년 뒤인 649년, 어부들이 바다에서 석가모니 부처,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 나한 19구 등 총 22개의 석상을 건져 올렸다고 전해진다.

이 신비로운 사건으로 인해 석굴 법당은 ‘신통굴’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약 30평(약 100㎡) 규모의 석실에는 지금도 이 석상들이 모셔져 있다.

나한전 앞에 서면 바다에서 올라온 석상들이 천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회정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가, 바로 이 석모도 낙가산이 관음보살이 상주하는 보타낙가산과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화도 전해지는데, 이는 보문사가 단순한 사찰이 아닌 성지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높이 9.2m 마애석불로 가는 순례길

마애관음보살좌상
마애관음보살좌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웅전에서 마애관음보살좌상까지 이어지는 약 419개의 계단은 가파르지만, 이 길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자 순례 과정이다. 1928년 보문사 배선주 주지와 금강산 표훈사 이화응 스님이 함께 조각한 이 석불은 높이 9.2m, 폭 3.3m에 달하며, 1995년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네모진 얼굴에 커다란 보관을 쓰고 정병을 든 관음보살의 모습은, 눈썹바위라 불리는 암벽에 새겨져 서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중간 중간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서해 바다와 석모대교, 멀리 강화도 본섬까지 조망할 수 있다.

석불 앞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해는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변하는데, 특히 일몰 무렵이면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며 장관을 연출한다.

12월 설경이 만드는 서해의 수묵화

보문사 설경
보문사 설경 / 사진=보문사 홈페이지

겨울 석모도를 찾으면 보문사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12월 중순 이후 눈이 내리면 낙가산 능선과 경내 고목들이 하얗게 뒤덮이고, 마애석불 앞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해는 차가운 바람이 만든 하얀 김과 함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눈 쌓인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며 만나는 고요함은, 봄이나 가을과는 전혀 다른 울림을 전한다. 특히 새벽 7시 개방 직후 첫 참배를 올리는 시간대에는 안개가 산을 감싸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때 석굴 법당에서 들려오는 독경 소리와 함께 느끼는 정적은 겨울 보문사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겨울 서해는 여름과 달리 잔잔하고 깊은 회색빛을 띠며,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순간 하늘이 오렌지색에서 분홍색, 보라색으로 천천히 변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보문사 극락보전
보문사 극락보전 / 사진=보문사 홈페이지

보문사(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는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겨울철(11~2월) 운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는 일반 2,000원, 중고생 1,500원, 초등생 1,000원이며, 주차비는 소형차 기준 2,000원이다.

겨울철 방문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장이다. 419개 계단은 가파르고 겨울철에는 눈이 녹으며 돌 바닥이 미끄러워지기 쉬우므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등산화나 운동화 착용이 필수다. 또한 산 위는 평지보다 기온이 3~5도 낮고 바람이 강하므로, 방풍 기능이 있는 외투와 목도리, 장갑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일몰 감상을 원한다면 오후 4시 30분 이전 입장을 권장하며, 설경 촬영을 원한다면 눈이 온 다음 날 오전 9~10시경이 가장 좋은 시간대다.

보문사 겨울
보문사 겨울 / 사진=보문사 홈페이지

천년 넘게 이어진 관음신앙의 영험과 겨울 서해가 만드는 설경, 그리고 419개 계단을 오르며 만나는 고요함이 보문사의 핵심이다.

12월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겨울 석모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일몰 무렵 마애석불 앞에서 서해를 마주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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