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커피만 보고 돌아서면 아쉽다더니”… 국보가 입장료 없이 기다리는 천년 관아 여행

바다 너머 강릉 원도심에 숨겨진 대도호부 관아에서 국보 삼문과 고즈넉한 골목길을 걸으며 천년의 역사와 조우합니다.

강릉 대도호부 관아 칠사당
강릉 대도호부 관아 칠사당 / 사진=비짓강릉

핵심 요약

  • 강릉 대도호부 관아는 고려 태조 시기 창건된 유적으로 국보 제51호 임영관 삼문과 유형문화재인 칠사당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 관람료는 무료이며 상시 개방되어 있고 임영로 131번길 일대 원도심에 위치해 대중교통과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이 편리합니다.
  • 원형 보존된 삼문 및 칠사당과 복원된 전대청을 구분해 관람한 뒤 명주동 골목과 임당동성당으로 이어지는 도보 코스를 추천합니다.

초여름 바람이 강릉 도심 골목을 훑고 지나가는 오후, 관광객들은 대부분 바다와 커피 거리로 발길을 향한다. 그런데 도심 한복판, 오래된 기와지붕이 낮게 엎드린 곳에서 조용히 천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강릉은 바다와 커피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려 태조 시절부터 이어온 행정과 의례의 공간이 살아 숨 쉰다. 사적 제388호로 지정된 강릉 대도호부 관아가 바로 그 중심이다.

‘천년의 문을 지나, 국보와 보물을 만나다’라는 테마로 강릉시가 제안하는 원도심 도보 여행은 국보부터 등록문화재까지 다양한 층위의 역사를 걸어서 만나는 코스다.

고려 창건에서 일제 훼손, 다시 복원까지

강릉 대도호부 관아 전경
강릉 대도호부 관아 전경 / 사진=비짓강릉

강릉 대도호부 관아(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임영로 131번길 6 일대)는 고려 태조 19년인 936년에 임영관 객사가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유적이다. 임영지 기록에 따르면 전대청 9칸, 중대청 12칸, 동대청 13칸 등 총 83칸 규모의 건물군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철거됐다.

천년 넘게 이어온 관아가 훼손되는 아픔을 겪은 뒤, 1993년 강릉시청 신축 공사 중 기단석렬과 기와편 등이 쏟아져 나오며 공사가 중단됐다. 강릉원주대학교 박물관이 시굴·발굴조사를 수행했고, 1998년 정식 발굴을 통해 고려부터 조선에 이르는 건물지가 양호하게 확인되면서 전대청·중대청이 복원됐다.

이 유적은 1994년 ‘강릉 임영관지’라는 이름으로 사적 지정을 받은 뒤 2014년 ‘강릉 대도호부 관아’로 명칭이 바뀌었다.

국보 제51호 임영관 삼문과 칠사당의 기능

임영관 삼문
임영관 삼문 / 사진=비짓강릉

관아 영역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국보 제51호인 강릉 임영관 삼문이다. 고려시대 객사문 가운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예 중 하나로,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이 어우러진 조형미가 지금도 단단하게 살아있다.

임영관은 임금의 전패를 모시고 지방 수령이 초하루·보름마다 의례를 올리던 객사로,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머무는 공간이기도 했다.

삼문 너머로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칠사당이 자리한다. 호적·농사·병무·교육·세금·재판·풍속, 일곱 가지 행정 업무를 관장한 건물로 지방 수령의 핵심 집무 공간이었다.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은 건물이 삼문과 칠사당 둘뿐이라는 사실이, 이 공간에 오래 머물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명주동 골목부터 임당동성당까지 잇는 도보 코스

임당동성당
임당동성당 / 사진=비짓강릉

관아를 나서면 명주동 골목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해방 전후의 낡은 건물 사이에 공방·동네 책방·카페가 들어선 풍경은 묵은 시간과 현재가 겹쳐 있는 원도심 특유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한 명주예술마당에서는 공연·전시·프로젝트가 상시 운영되며, 강릉커피축제 일부 프로그램과 명주프리마켓도 이 일대에서 열린다.

조금 더 걸으면 등록문화재 제457호인 임당동성당이 나타나는데, 1950년대 강원도 성당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는 근대 건축물로 국보부터 등록문화재까지 시대 순서대로 연결되는 도보 동선이 완성된다. 중앙·성남시장에서 강릉 향토 음식을 맛본 뒤 남대천 산책로를 따라 약 5km를 걸으면 안목해변 카페 거리에 닿는다.

관람 요금과 이용 안내

강릉 대도호부 관아 풍경
강릉 대도호부 관아 풍경 / 사진=비짓강릉

강릉 대도호부 관아 입장료는 무료이며 야외형 유적지 특성상 상시 출입이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문화유산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되므로 해설사와 함께하면 건물 구조와 역사적 맥락을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강릉 도심 원도심에 위치해 시내버스와 자가용 모두 접근이 수월하며,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분포해 있다. 전대청·중대청 등 주요 건물은 발굴·고증에 따라 복원된 건물인 만큼 원형 건물인 삼문·칠사당과 구분하며 살펴보면 유적의 층위가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강릉 대도호부 관아 모습
강릉 대도호부 관아 모습 / 사진=비짓강릉

936년에 첫 주춧돌이 놓인 공간이 발굴과 복원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은, 어떤 화려한 볼거리보다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무료로 국보를 마주하는 경험은 강릉 여행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바다와 커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여행의 밀도를 원한다면, 초여름 강릉 원도심의 골목과 천년의 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늦춰볼 만하다. 오래 서 있을수록 이 공간이 품은 시간의 두께가 천천히 전해진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