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떨어지는 320m 물줄기”… 45년간 숨겨졌던 국내 최장 수직 폭포

입력

7월 추천 여행지
국내에서 가장 긴 토왕성폭포

토왕성폭포
설악산 토왕성폭포 / 사진=강원관광

설악산의 장대한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들 사이로 하얀 비단처럼 떨어지는 물줄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비룡폭포 옆 석벽을 오르다 만나는 이 광경은, 단순한 풍경 그 이상이다. 강원 속초 설악동 깊숙한 곳, 45년간 숨겨져 있던 이 폭포는 바로 대한민국 최장 높이를 자랑하는 ‘토왕성폭포’다.

토왕성폭포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다. 높이 320미터, 상단 150미터, 중단 80미터, 하단 90미터의 3단으로 구성된 이 폭포는 멀리서 보면 마치 선녀가 흰 비단을 바위 위에 펼쳐놓은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토왕성 폭포
전망대에서 바라본 토왕성폭포 / 사진=강원도 공식블로그

토왕성폭포의 수원은 남쪽 화채봉에서 시작되며, 맑은 날엔 그 존재를 숨기고 있다가 비가 내리거나 직후에야 또렷한 물줄기를 드러낸다. 바로 이 점이 토왕성폭포의 매력 중 하나다. 날씨와 계절,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낙석과 낙빙 위험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던 토왕성폭포. 오랫동안 비경으로만 전해졌던 이곳은 2015년 12월 5일,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룡폭포
설악산 비룡폭포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기존의 비룡폭포 탐방로를 연장해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의 코스를 개방하면서, 무려 45년 만에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실제 폭포 앞까지는 갈 수 없고, 전망대에서 1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봐야 하지만, 그 거리가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름부터 남다른 이 폭포는 ‘토왕성(土王城)’이라는 다소 낯선 한자를 품고 있다. 이 명칭은 오행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속초 토왕성폭포
설악산 토왕성폭포 / 사진=ⓒ한국관광공사 임흥빈

토기의 기운이 강하지 않으면 기암괴봉이 생기지 않는다는 고대 철학에서 비롯된 것. 자연의 기운을 보완하고자 하는 뜻에서 ‘토왕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실제로도 이곳은 2013년 3월 11일 대한민국 명승 제96호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토왕성폭포를 보기 위해선 설악산 국립공원 내 비룡폭포 탐방로를 따라가야 한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편이며, 전망대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수고는 폭포를 마주하는 순간, 완전히 잊히게 된다.

비룡폭포 물줄기
설악산 토왕성폭포 / 사진=강원도 공식블로그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그 주변을 둘러싼 수직 절벽들, 골짜기를 타고 퍼지는 물소리는 도심에서의 스트레스를 단번에 씻겨낸다. 특히 장마철 이후나 비가 온 직후에 방문하면, 평소보다 더욱 장대한 물줄기를 볼 수 있어 더욱 인상 깊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니라, 자연이 수십 년간 조용히 품고 있던 공간이다. 일반인에게 다시 열리기까지의 오랜 시간이 이 풍경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설악산 토왕성폭포
설악산 토왕성폭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설악산 깊숙한 곳, 거대한 암벽 사이를 타고 흐르는 토왕성폭포는 그 존재 자체로 감동이다. 320미터의 웅장함, 오랜 세월 동안 감춰졌던 신비, 그리고 직접 그 앞에 섰을 때의 압도적인 감성은 다른 어떤 여행지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다.

45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열린 길. 그 길 끝에서 만나는 폭포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순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진짜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토왕성폭포를 향한 발걸음을 망설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전체 댓글 2

  1. 1972년 가본곳 오랜세월 숨겨왔다니 지금도 꼭 가보고싶다 여러분도 가셔서 장엄한 폭포를 한번쯤 가슴에 안아보시길♡♡

    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