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단풍을 이렇게 쉽게 본다고요?”… 차로 해발 920m까지 오르는 가을 드라이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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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계령
설악산 절경 만나는 가을 드라이브

강원도 한계령 드라이브
강원도 한계령 드라이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을의 절정이 깊어지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단풍 명소인 설악산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험준한 산세를 오를 체력이나 시간이 부족해 망설이는 이들에게도 완벽한 대안이 있다.

등산 장비 없이 자동차로 손쉽게 해발 920m 고지에 올라, 발아래 펼쳐지는 설악의 장엄한 능선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서면 대청봉길 1에 위치한 한계령이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단순한 쉼터를 넘어, 강원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44번 국도의 정점이자, 설악산 국립공원의 핵심 조망 지점이다.

강원도 한계령 드라이브

한계령 가을 전경
한계령 가을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계령은 인제군과 양양군을 잇는 험준한 고개다. 인제군에서는 ‘한계령’이라 부르며, 양양군에서는 ‘오색령’이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한다. 정확히는 44번 국도가 이 고개를 넘어간다. 1981년 도로가 확장 포장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편안하게 차를 타고 이 아찔한 고갯길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굽이진 도로를 따라 오르는 내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특히 가을이면 붉고 노랗게 타오르는 단풍이 계곡과 능선을 뒤덮어, 차 안에서 비현실적인 절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 드라이브의 정점은 단연 한계령 휴게소다. 해발 920m에 자리한 이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 등산을 하지 않고도 설악산의 깊은 품속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휴게소는 입장료가 없으며, 넓은 주차장 역시 무료로 개방되어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준다.

조선 실학자가 꼽은 최고의 고갯길

설악산 가을 풍경
설악산 가을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계령의 가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되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강원도의 험한 여섯 고개(철령, 추지령, 연수령, 오색령, 대관령, 백봉령)를 언급하며, 그중에서도 이곳 ‘오색령’의 풍경을 으뜸으로 꼽았다.

예로부터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이곳은, 험준한 만큼이나 빼어난 경치로 수많은 묵객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한계령 휴게소 전망대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 서면 내설악과 남설악을 가르는 거대한 산줄기, 그리고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구름바다가 발아래 깔리는 신비로운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대청봉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한계령 드라이브
한계령 드라이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계령은 단순히 경치만 즐기는 곳이 아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정상인 대청봉(1,708m)으로 오르는 여러 등산 코스 중, ‘최단 거리 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물론 거리가 가장 짧다고 해서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휴게소에서 시작해 가파른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약 8.7km를 올라야 하는, 만만치 않은 체력을 요구하는 상급자 코스다.

등산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입산 시간 제한’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계절별로 입산 가능 시간을 엄격히 통제한다.

한계령 탐방로의 경우, 하절기(4월~10월)에는 새벽 3시부터 정오 12시까지만 입산이 허용된다. 동절기(11월~3월)에는 이 시간이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로 더욱 짧아진다. 이 시간을 놓치면 정상 탐방이 불가능하므로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방문 전 확인해야 할 팁

설악산 단풍
설악산 단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계령은 고지대인 만큼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다. 도심보다 기온이 훨씬 낮고 바람이 강하며, 특히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폭설로 인해 44번 국도 해당 구간이 예고 없이 통제될 수 있다.

출발 전 반드시 강원특별자치도 교통정보센터 등을 통해 도로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계령 휴게소의 운영 시간 역시 유동적이다. 공식적으로는 연중무휴로 알려져 있으나, 방문객이 적은 평일이나 악천후 시에는 일찍 문을 닫거나 운영하지 않을 수 있다. 대개 오전 8시나 9시부터 오후 5시나 6시까지 운영되지만, 방문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설악산의 단풍을 가장 편안하게, 그리고 가장 극적으로 만나고 싶다면 한계령 드라이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등산객의 열기와 고요한 자연의 위엄이 공존하는 해발 920m의 고갯마루에서, 올가을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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