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케이블카
움직이는 단풍 전망대

매년 이맘때면 전국의 산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불타오르지만, 그 절경을 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다. 새벽 출발, 끝없는 교통체증, 인파와의 사투까지.
하지만 이 모든 수고 없이, 오히려 더 높은 곳에서 더 완벽한 단풍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 10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된 정선 단풍 여행의 하이라이트,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바로 그 해답이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북평면 중봉길 41-35에서 출발한다. 탑승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이 평범한 단풍 명소가 아님을 직감하게 한다.
왕복 40분, 편도 3.51km에 달하는 긴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단풍 감상’ 코스다. 한 방문객은 “발밑이 온통 불타는 융단 같았다. 등산 장비 하나 없이 이런 풍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라며 감탄했다.
케이블카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 발아래 풍경은 마치 잘 그린 수채화처럼 번져나간다. 가리왕산의 주를 이루는 신갈나무 군락이 만들어내는 노란빛과 붉은빛의 향연은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색감을 자랑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연한 주황색이었던 단풍은 점점 더 진한 주홍빛으로 물들어, 창밖은 온통 강렬한 가을의 색으로 가득 찬다. 20분이라는 시간은 이 압도적인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발 1,381m에서 보는 360도 파노라마

케이블카가 멈추는 상부 정류장은 해발 1,381m, 인간의 발길이 쉽사리 닿기 힘든 높이다. 이곳에 조성된 2,400㎡의 광활한 생태탐방 데크는 땅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야를 선물한다.
힘겹게 오른 산 정상의 한정된 시야가 아닌, 막힘없는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능선과 그 위를 수놓은 단풍의 물결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조선시대 왕실의 산삼을 보호하던 ‘어삼 봉산’이었을 만큼 신성한 기운을 간직한 가리왕산의 진면목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특히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은 ‘모두를 위한 풍경’이라는 점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무장애 설계 덕분에, 어린 아이부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3대가 함께 이 장엄한 단풍을 누릴 수 있다.
부모님께 힘들지 않은 최고의 단풍 여행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다.
가성비까지 완벽한 실속 단풍 여행

이 환상적인 경험을 위한 비용은 놀랍도록 합리적이다. 왕복 요금은 대인 15,000원, 소인 11,000원이지만, 현재 정선군 지역 상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정선아리랑상품권’ 5,000원권을 돌려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예산 소진 시까지). 사실상 1만 원으로 이 모든 것을 누리는 셈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단, 탑승 마감은 숙암역에서 오후 4시, 매표 마감은 오후 5시이므로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033-560-3467)로 기상 상황에 따른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올가을, 복잡하고 힘든 단풍 구경은 잠시 잊어도 좋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가을의 대서사시를 감상할 수 있는 가리왕산 케이블카에서 인생 최고의 단풍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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