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배롱나무 명소

찜통 같은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멀리까지 가기엔 망설여진다면 대구 동구 지묘동의 ‘신숭겸장군유적지’가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이곳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명소다. 특히 7월 중순, 유적지를 붉게 물들이는 배롱나무 군락이 피어날 즈음이면,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대구광역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신숭겸장군유적지는 고려 태조 왕건과 함께 고려 건국에 기여한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순국을 기리는 장소다.
태봉의 기장이었던 신숭겸은 왕건 대신 전장에 나서 목숨을 바쳤고, 그 충절을 기리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유적지는 단순한 역사 교육의 현장에 그치지 않는다.

여름이면 공원처럼 조성된 유적지 곳곳이 배롱나무꽃으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황토색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기와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분홍빛 꽃들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마치 장군의 고결한 마음을 담은 듯, 우아하면서도 단단한 그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묵직하게 만든다.
유적지 안으로 들어서면 표충재를 중심으로 동재와 서재가 양옆에 자리 잡고 있고, 충렬문과 성절당 앞마당에도 배롱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특히 순절단 앞의 배롱나무는 무려 400년 수령을 자랑하는 보호수로, 여름이면 가지마다 조롱조롱 분홍꽃을 매단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배롱나무는 꽃이 오래 피고 지기를 반복해 ‘백일홍’으로도 불리며, 인내와 끈기를 상징한다. 기와를 이고 선 흙담과 이 배롱나무는 전통미와 자연미를 동시에 품고 있어, 누구나 한 장쯤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된다.
신숭겸장군유적지는 단지 유적만 둘러보는 장소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조용히 걷고 머무를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곳곳이 공원처럼 정돈되어 있어 여름날에도 푸르른 나무 그늘 아래 산책하기 좋다.

황톳빛 흙길을 따라 걷는 길은 무심코 지나치기엔 아까운 풍경을 품고 있다. 특히 외삼문을 지나 표충재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는 순간, 배롱나무 아래 스며드는 여름 햇살과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겹쳐져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주차 공간도 넓고, 관광안내소에서는 유적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문화적 의미까지 더해진다. 여름의 폭염 속에서도 이곳은 마치 고요한 피난처처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을 선사한다.

대구 동구 지묘동의 신숭겸장군유적지는 단순한 역사 유적지를 넘어선다. 왕건과 함께 고려를 세운 충신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위에는, 400년을 살아온 배롱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이 꽃잎으로 피어난다.
여름이면 꽃으로 붉게 물들고, 바람 한 줄기에 수줍게 떨리는 그 모습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름의 아름다움과 선조의 이야기가 함께하는 이곳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카메라 셔터 한 번, 그리고 마음속에 한 번 더 새기게 될 배롱나무 아래의 여름. 올해는 그 순간을 신숭겸장군유적지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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