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창포원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에서 맞이하는 가을

가을이 짧아 아쉽다는 말은 잠시 접어둬도 좋겠다. 모든 계절의 색을 품고 있지만, 유독 가을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보석 같은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광활한 공원이라 생각했지만, 한 걸음 깊이 들어가자 물의 기억을 품고 피어난 생명의 서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상실의 땅에서 피어난 치유의 정원, 올가을 우리가 반드시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다.
거창창포원

거창창포원은 경상남도 거창군 남상면 창포원길 21-1에 자리한, 축구장 약 60개(총면적 424,823㎡)를 합친 거대한 규모의 수변생태공원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넓기 때문만은 아니다.
1988년 합천댐이 완공되면서 물에 잠겼던 수몰 지역에 조성되었다는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다. 하천 수질을 보호하고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마침내 2023년 5월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거창창포원에서는 9월 중순부터 피어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꽃무릇이 선홍빛 자태를 뽐내고, 공원 곳곳에 조성된 댑싸리 군락은 10월을 향해 점차 초록빛을 벗고 불타는 듯한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또한 가을의 전령사인 국화가 터널과 화단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고, 황화코스모스가 주황빛과 노란빛 물결을 이루며 가을바람에 한들거린다.
특히 자연주의정원에 설치된 노란색 문 포토존은 억새와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최고의 ‘인생샷’ 명소로 꼽힌다. 이처럼 거창창포원은 다른 단일 테마의 가을 명소와 달리, 다채로운 가을꽃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끽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지닌다.
마지막 악장은 서정적인 은빛의 낭만이다. 광활한 습지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와 갈대밭은 가을의 깊이를 더한다. 해 질 녘 노을빛을 받아 은빛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억새의 춤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자전거를 대여해 이 길을 천천히 달리거나, 물길과 꽃길이 어우러진 산책로를 느긋하게 걷다 보면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혹여 가을의 끝자락이나 쌀쌀한 날씨에 방문하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총 6개 구역에 190여 종, 4,500본의 식물이 자라는 열대식물원이 사계절 내내 푸른 안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온실 속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식물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거창창포원은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 없이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어 부담 없는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로 완벽하다. 공원 개방 시간은 하절기(3~10월) 기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로 넉넉하며, 야간 조명 아래 즐기는 산책 또한 색다른 매력을 지닌다.
다만 열대식물원은 오후 6시(입장마감 5시 30분)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공휴일인 경우 다음 평일 휴무)이니 방문 계획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수몰지의 기억을 품고 생명의 꽃을 피워낸 거창창포원.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자연의 위대한 회복력과 가을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목적지는 망설일 이유 없이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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