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만 명이 몰린 이유, 보면 바로 압니다”… 해발 952m까지 차로 올라가는 억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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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감악산
차로 오르는 해발 952m 억새 명소

거창 감악산 아스타국화 축제
거창 감악산 아스타국화 축제 / 사진=거창 공식블로그 안병권

올가을, 한 여행지가 조용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보랏빛 물결이 하늘과 맞닿고, 해 질 녘이면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실루엣을 그리는 곳. 바로 거창 감악산이다.

최근 막을 내린 축제에 무려 32만 명이 몰렸다는 소식은 이곳의 인기를 증명했지만, 혹시 축제가 끝났다고 아쉬워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이곳의 진짜 매력을 모르는 것이다. 축제의 열기가 잦아든 지금, 더 깊고 고즈넉한 감악산의 가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32만 명의 발길과 8억 원의 활기

감악산 아스타국화
감악산 아스타국화 / 사진=거창 공식블로그 김민혜

감악산 별바람언덕은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 구사리 산12-1 일원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24일간 열린 ‘2025 거창 감악산 꽃별여행’ 축제로 절정의 인기를 과시했다. 올해 축제 기간에만 총 32만 명의 탐방객이 다녀갔으며, 이는 잠시 스쳐 가는 유행이 아닌 전국구 명소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다.

단순히 인파만 몰린 것이 아니다. 축제는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역 부녀회와 농민 단체가 직접 운영한 먹거리 장터와 농특산물 판매처에서는 총 8억여 원에 달하는 직접 소득이 발생했다.

이는 관광이 어떻게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감악산이 지닌 지속가능한 가치를 입증한다. 축제의 성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축제 이후, 더 깊어진 가을의 초대

감악산 억새 명소
감악산 억새 명소 / 사진=거창 공식블로그 김경자

‘꽃’ 축제가 끝났다고 해서 볼거리가 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다. 보랏빛 애스터가 주인공 자리를 내어주자, 그 자리는 순백의 구절초와 은빛 억새가 넘겨받아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해발 952m 고원에 드넓게 펼쳐진 감악평전은 이제 더 차분하고 깊은 색감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접근성이다. 보통 ‘해발 900m’가 넘는 고산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힘든 등산을 각오해야 하지만, 감악산 별바람언덕은 정상부까지 차량으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넓게 마련된 주차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심지어 거동이 불편한 이들까지도 그림 같은 풍경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준다.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라는 점은 이 특별한 경험을 부담 없이 누릴 수 있게 하는 큰 선물이다.

6만에서 32만으로, 거창의 미래를 품은 언덕

감악산 억새 풍경
감악산 억새 풍경 / 사진=거창 공식블로그 배인주

사실 거창 감악산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췄던 것은 아니다. 2019년부터 풍력 발전단지와 드넓은 평전을 활용해 아스터와 구절초 등 계절 꽃을 심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축제를 시작한 2020년 6만 명이었던 방문객은 2021년 12만 명, 2022년 20만 명, 2023년 30만 명을 거쳐 올해 32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거창군의 체계적인 계획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거창군은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거창 감악산 억새
거창 감악산 억새 / 사진=거창 공식블로그 김경자

구인모 군수는 “지역 주민 참여와 협조로 올해 큰 성공을 거뒀다”며 “2030년까지 방문객 100만 명을 목표로 더욱 안전하고 풍성한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은 완성형이 아니라, 더 위대한 관광지로 성장해 나갈 미래의 시작점인 셈이다.

보랏빛 애스터가 없으면 어떠한가. 해 질 녘 노을을 배경으로 돌아가는 7개의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그 아래를 가득 채운 구절초, 바람에 서걱이는 억새의 노래는 오직 이 계절, 이곳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축제의 인파를 피해 온전히 나만의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감악산 별바람언덕을 찾아야 할 최적의 시기다. 떠나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가장 아름답게 배웅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거창으로 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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