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의동마을
전국 작가들이 찾는 단풍 출사 명소

가을이 깊어지면 대한민국은 온통 금빛으로 물들지만, 유독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지’가 있다. 놀랍게도 그곳은 거대한 국립공원도, 유서 깊은 사찰도 아니다. 경상남도 거창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고작 100미터 남짓한 짧은 길이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로 노란 은행잎이 소복이 쌓인 동화 같은 풍경. 바로 이 ‘한 컷’을 위해 사람들은 매년 순례하듯 이곳을 찾는다. 어떻게 이름 없는 시골길이 대한민국 가을 여행의 ‘머스트 비짓’ 리스트에 오르게 됐을까. 그 비밀스러운 탄생 비화와 함께, 이곳을 가장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을 공개한다.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100미터의 기적”

이야기의 주인공은 거창 의동마을 은행나무길이다. 정확한 주소는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의동1길 일대. 하지만 초행이라면 내비게이션에 ‘의동마을회관’을 검색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이 길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극적이다. 2011년 열린 ‘제1회 거창관광 전국사진공모전’에서 한 사진작가가 출품한 사진이 입상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마을 주민들만 알던 평범한 길이 단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전국의 풍경 사진 애호가들에게 알려졌고, 입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곳의 매력은 규모가 아닌 ‘밀도’에 있다. 아산 곡교천이나 홍천 은행나무숲처럼 광활한 풍경은 아니지만, 약 100미터의 길 양옆으로 수십 그루의 은행나무가 도열해 완벽한 ‘황금빛 터널’을 만든다. 바닥에는 발목까지 푹푹 빠질 만큼 은행잎이 쌓여 그야말로 황금 융단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길의 명물인 낡은 창고 건물은 이곳의 화룡점정. 파란 슬레이트 지붕과 노란 은행잎의 보색 대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어, 누구든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남길 수 있게 해준다.

“아름다움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거창 의동마을 은행나무길의 또 다른 특별함은 그 배경에 있다. 의동마을은 경상남도가 주관하는 ‘깨끗한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여러 차례 최우수 마을로 선정된 이력이 있는, 청결과 질서가 몸에 밴 곳이다.

단풍 시즌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지만, 길이 언제나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과 노력 덕분이다. 우리가 감탄하는 황금빛 풍경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가꿔온 소중한 결과물인 셈이다.

다만 이곳을 방문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마을 안에는 별도의 공식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마을 입구나 주변 갓길에 주차하되, 주민들의 차량 통행과 일상생활에 절대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짧아서 더 완벽한, 거창 가을 여행 코스

거창 의동마을 은행나무길은 모든 것을 걸어서 둘러보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곳의 매력을 극대화하려면, 거창의 다른 명소와 연계하는 스마트한 계획이 필수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거창 사과테마파크에서 상큼한 가을의 맛을 즐기거나, 20~30분 정도 이동해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는 가조 Y자형 출렁다리를 건너보는 것도 좋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명승 수승대 역시 함께 묶어가기 좋은 코스다.

단 100미터의 짧은 길이 주는 감동을 만끽하고, 거창의 다채로운 가을 명소까지 둘러보는 여행. 올가을,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한 컷’을 남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거창으로 떠나보자. 한 장의 사진이 당신의 가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