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가 50년간 일귀낸 꽃밭이라니”… 바다와 함께 즐기는 1만 평 수선화 정원

거제 공곶이, 수선화와 동백이 어우러진 봄 명소

공곶이 수선화
공곶이 수선화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영진

바다 바람이 아직 차가운 3월, 남해 끝자락 어느 곶에는 봄이 내려앉고 있다. 능선을 넘어서면 노란 수선화가 계단식 산비탈을 빼곡히 채우고, 동백나무 터널 사이로 붉은 꽃잎이 흩어진다. 겨울과 봄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풍경이다.

이 농원은 한 노부부가 1969년부터 황무지나 다름없던 산비탈을 맨손으로 일궈낸 곳이다. 강명식·지상악 부부가 수십 년에 걸쳐 가꾼 산비탈 밭 약 16,000㎡(약 4,840평), 화원 약 33,000㎡(약 1만 평)에는 동백·수선화·종려나무·천리향 등 50여 종의 나무와 꽃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금 이 계절, 조생종 수선화가 남해 햇살을 받아 일찌감치 꽃을 피우며 경남 봄여행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다로 돌출된 곶 지형과 수목원의 역사

거제 공곶이 봄 풍경
거제 공곶이 봄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공곶이 수목원(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94-2)은 바다로 돌출된 곶 지형 위, 계단식 산비탈에 조성된 민간 자연농원이다. 지명은 거룻배를 뜻하는 공(貢)과 곶(串)이 합쳐진 이름으로, 궁둥이처럼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지형에서 유래했다.

예구마을 남쪽 해안을 따라 자리하며, 맞은편으로는 내도, 멀리로는 해금강과 한려수도의 수평선이 펼쳐진다.

1969년 강명식·지상악 부부가 이 거친 산비탈을 개간하기 시작했으며, 부부가 평생을 바쳐 일군 이 공간은 이제 거제를 대표하는 봄 명소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는 거제시가 위탁 관리하며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333개 돌계단과 동백터널이 만드는 입구 풍경

공곶이 수선화 풍경
공곶이 수선화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공곶이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예구마을에서 산 고개를 약 20분 오르면 공곶이 진입부에 닿으며, 이곳에서 약 333개의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된다.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이 구간 양옆으로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며, 겨울부터 초봄까지 붉은 낙화가 계단을 덮는 풍경이 독특하다.

계단을 내려서면 비로소 계단식 산비탈 전체가 노란 수선화로 물든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미니 수선화와 나팔 수선화가 혼재하며 3월 중순에 절정을 이루고, 그 너머로 몽돌해변과 남해 바다가 함께 담긴다. 한 장의 사진 안에 꽃밭과 바다가 겹치는 구도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셈이다.

수선화 축제와 내도 연계 코스

거제 내도
거제 내도 / 사진=거제 관광문화

매년 3월 중순 전후, 공곶이 수선화 축제가 예구항 일원에서 열린다. 2025년 제2회 축제는 3월 22~23일 주말 이틀간 개최되어, 공연·개막식·체험 부스 등이 함께 운영됐다.

공곶이 앞바다 맞은편의 내도는 구조라선착장에서 도선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으며, 섬 전체를 도는 약 2.6~3km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인근 와현 모래숲 해변, 구조라 해수욕장과 연계하면 하루 코스로 알차게 엮을 수 있다.

입장료 무료, 방문 전 확인할 실용 정보

거제 공곶이 수목원
거제 공곶이 수목원 / 사진=거제 관광문화

공곶이는 입장료와 관람료 모두 무료이며, 개방 형태는 상시 개방이나 야간 조명 시설이 없어 일몰 전 방문을 권장한다.

주차는 예구마을·예구선착장 인근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체력에 자신 있다면 능선을 넘어 333개 돌계단과 동백터널을 경유하는 코스를, 걷기가 불편한 경우에는 해안 탐방로를 따라 왕복하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수선화 화단 안으로의 무단 출입과 채화는 금지되어 있으며, 쓰레기는 되가져가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내비게이션에는 ‘예구항’ 또는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94-2’를 입력하면 된다.

거제 공곶이
거제 공곶이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한 노부부의 평생이 켜켜이 쌓인 이 공간은 어떤 정원보다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계단식 수선화 밭 너머로 남해가 반짝이는 풍경은, 봄이 짧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노란 꽃물이 절정에 이르기 전, 3월의 거제 남쪽 끝으로 향해 333개 계단을 직접 내려서 보길 권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