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공곶이
노부부의 땀이 만든 계단식 수선화 화원

남해 끝자락 어딘가에서 노란 물결이 조용히 일렁인다. 해안 절벽 위 계단식 정원에는 50여 종의 꽃과 나무가 층층이 어우러지며, 남해의 쪽빛 바다가 그 배경을 완성한다.
한 쌍의 부부가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를 삽과 곡괭이로 일구기 시작한 것이 1969년의 일이다.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손수 일군 45,000평 규모의 땅은 이제 봄마다 수만 송이 수선화로 뒤덮이는 화원이 되었다. 2024년부터 거제시가 위탁 관리를 이어받아 정원의 명맥을 잇고 있다.
1969년부터 이어진 공곶이의 개간 역사

공곶이(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87)는 거제도 동남쪽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계단식 정원이다. 강명식·지상악 부부가 1969년부터 이 거친 땅을 맨손으로 일구기 시작했으며, 수십 년에 걸친 수작업 끝에 수선화, 동백나무, 종려나무 등 50여 종의 식물이 층층이 자라는 45,000평 규모의 화원이 탄생했다.
설립자 별세 이후 2024년부터는 거제시가 3년 무상 위탁 관리 체제로 전환해 정원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부부의 손길이 만든 공간이라기에 정원 구석구석에는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결이 남아 있으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333개 돌계단과 수선화 군락이 빚는 봄 풍경

공곶이의 진입은 예구마을에서 시작된다. 동백나무가 터널처럼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도보로 약 20분, 333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수선화 화원이 펼쳐진다. 3월 초부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며 중순에는 만개 절정에 이르는데, 이 시기에는 낙화하는 동백꽃과 노란 수선화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피어나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화원 너머로는 쪽빛 남해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계단식 지형 덕분에 어느 자리에서든 바다를 배경으로 꽃밭을 내려다보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진입로 경사가 상당하므로 도보에 적합한 운동화 착용이 필수다.
수선화 축제와 연계 관광 코스

매년 3월 중순에는 예구항 일원에서 공곶이 수선화 축제가 열린다. 2024년 제1회를 시작으로 거제시가 주관하는 공식 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수선화 만개 시기에 맞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올해 공곶이 수선화축제는 지난 21일, 22일 이틀간 개최돼 4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공곶이를 둘러본 뒤에는 구조라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내도(3km 둘레길)를 탐방하거나, 인근 와현 모래숲 해변과 구조라 해수욕장으로 코스를 이어갈 수 있다. 공곶이 해안은 모래가 아닌 몽돌해변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안 탐방로를 걷는 느낌도 여느 해변과 다르다.
무료 입장에 상시 개방, 방문 전 확인 사항

입장료는 무료이며 연중 상시 개방된다. 다만 내부에 야간 조명 시설이 없어 일몰 전 방문이 권장된다. 공곶이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예구마을 주차장 내 공중화장실을 미리 이용하는 것이 좋다.
주차는 예구마을 및 예구선착장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3월 절정기에는 주차 공간이 빠르게 찰 수 있어 이른 오전 방문이 유리하다. 거제 시내에서는 자동차로 30분 내외 소요되며, 예구마을 진입 후 도보로 약 20분을 더 걸어야 화원에 닿는다.

반세기에 걸친 두 사람의 땀이 매년 봄 수만 송이 수선화로 피어나는 이곳은, 자연과 사람의 시간이 함께 쌓인 공간이다. 인공 조경이 줄 수 없는 깊이가 있으며, 그 결이 방문객의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노란 꽃물결 사이에서 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3월 중순 거제 공곶이로 향해 333개의 돌계단을 천천히 올라보길 권한다. 동백꽃이 낙화하는 길목에서 수선화와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 먼 길을 온 이유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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