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저도
대통령의 산책로부터 거가대교 절경까지 완벽 가이드

누구나 갈 수 없었기에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던 곳, 지도 위 작은 섬에 불과했지만 한 나라의 역사를 움직이는 결정들이 내려졌을지 모를 공간. 그런 금단의 땅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은 언제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저 ‘대통령이 머물던 곳’이라는 사실 뒤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픔부터 민주화의 과정까지 한 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제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거제 저도(猪島), 그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따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여행을 시작할 때다.
거제 저도

저도는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산88-1 일원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마치 돼지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돼지 저(猪)’ 자를 써 이름 붙여졌지만, 본래 이름은 학이 많이 찾아와 ‘학섬(鶴島)’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작은 섬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통신소와 탄약고를 설치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주민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통제되는 비극이 시작되었다.
해방 이후 국방부 소유가 된 이곳은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여름 휴양지로 사용되며 권력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 위상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되고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청해대(靑海臺)가 들어서면서 정점에 달했다.

이후 수십 년간 오직 최고 권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남았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청산의 일환으로 별장 지정을 해제하고 거제시에 그 권한을 넘겼지만,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재지정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기나긴 세월 동안 굳게 닫혔던 문은 2019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47년 만에 마침내 일반에게 시범적으로 개방되었다. 개방 이후 현재까지 3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며 그 뜨거운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숨은 보석

저도의 진짜 가치는 비단 역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국립공원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오랫동안 인간의 발길이 통제된 덕분에 원시적인 자연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섬 전체를 뒤덮은 400년 수령의 해송 군락과 동백나무, 팽나무 숲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 박물관이다. 숲길을 걷다 보면 고라니와 사슴이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해안가에서는 왜가리가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탐방은 유람선 선착장에서 시작해 약 1.5km의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며, 약 1시간 30분의 체류 시간 동안 섬의 핵심을 둘러볼 수 있다.

200m 길이의 인공 백사장과 대통령이 거닐었던 산책로, 그리고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옛 군사시설 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특히 섬 곳곳에 마련된 3개의 전망대는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그중에서도 제2전망대에서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거가대교의 웅장한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어 최고의 포토존으로 꼽힌다.
비록 보안상의 이유로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 본관 내부는 관람할 수 없지만, 그 주변 정원과 외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저도로 떠나기 전 알아야 할 모든 것

저도 방문은 오직 유람선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거제 장목면 궁농항 인근의 거제저도유람선(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거제북로 2633-15) 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유람선은 하루 2회(10:10, 14:00 등) 운항하며, 저도까지 약 15분이 소요된다. 섬 체류 시간 1시간 30분을 포함해 총 2시간 30분가량의 투어 코스로 구성된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저도는 군사보호구역이므로 승선자 전원의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으면 예약했더라도 승선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람선 요금은 대인 기준 23,000원(입장료 포함)이며, 24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다. 선착장 내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정기 휴무일은 매주 수요일이며, 설과 추석 당일, 그리고 매년 1월과 7~8월경 해군 정비 기간에는 입도가 통제되니 방문 전 운항 여부를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1668-2240)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한 세기 가까이 닫혀 있던 섬, 저도는 이제 역사의 교훈과 천혜의 자연을 품에 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이번 여행지는 단연코 거제 저도다.

















안가~돈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