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드디어 열렸다”… 35만 명 다녀 간 대통령 별장 품은 섬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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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저도
대통령의 산책로부터 거가대교 절경까지 완벽 가이드

거제 저도 전경
거제 저도 전경 / 사진=거제관광

누구나 갈 수 없었기에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던 곳, 지도 위 작은 섬에 불과했지만 한 나라의 역사를 움직이는 결정들이 내려졌을지 모를 공간. 그런 금단의 땅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은 언제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저 ‘대통령이 머물던 곳’이라는 사실 뒤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픔부터 민주화의 과정까지 한 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제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거제 저도(猪島), 그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따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여행을 시작할 때다.

거제 저도

거제 저도
거제 저도 / 사진=거제관광

저도는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산88-1 일원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마치 돼지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돼지 저(猪)’ 자를 써 이름 붙여졌지만, 본래 이름은 학이 많이 찾아와 ‘학섬(鶴島)’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작은 섬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통신소와 탄약고를 설치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주민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통제되는 비극이 시작되었다.

해방 이후 국방부 소유가 된 이곳은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여름 휴양지로 사용되며 권력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 위상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되고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청해대(靑海臺)가 들어서면서 정점에 달했다.

저도 대통령 별장 청해대 포토존
저도 대통령 별장 청해대 포토존 / 사진=거제시 공식 블로그 고재석

이후 수십 년간 오직 최고 권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남았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청산의 일환으로 별장 지정을 해제하고 거제시에 그 권한을 넘겼지만,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재지정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기나긴 세월 동안 굳게 닫혔던 문은 2019년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47년 만에 마침내 일반에게 시범적으로 개방되었다. 개방 이후 현재까지 3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며 그 뜨거운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숨은 보석

저도 해송 군락
저도 해송 군락 / 사진=거제시 공식 블로그 고재석

저도의 진짜 가치는 비단 역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국립공원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오랫동안 인간의 발길이 통제된 덕분에 원시적인 자연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섬 전체를 뒤덮은 400년 수령의 해송 군락과 동백나무, 팽나무 숲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 박물관이다. 숲길을 걷다 보면 고라니와 사슴이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해안가에서는 왜가리가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탐방은 유람선 선착장에서 시작해 약 1.5km의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며, 약 1시간 30분의 체류 시간 동안 섬의 핵심을 둘러볼 수 있다.

거제 저도 거가대교
거제 저도 거가대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m 길이의 인공 백사장과 대통령이 거닐었던 산책로, 그리고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옛 군사시설 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특히 섬 곳곳에 마련된 3개의 전망대는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그중에서도 제2전망대에서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거가대교의 웅장한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어 최고의 포토존으로 꼽힌다.

비록 보안상의 이유로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 본관 내부는 관람할 수 없지만, 그 주변 정원과 외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저도로 떠나기 전 알아야 할 모든 것

거제 유람선 예약 안내 포스터
거제 유람선 예약 안내 포스터 / 사진=거제시 공식 블로그

저도 방문은 오직 유람선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거제 장목면 궁농항 인근의 거제저도유람선(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거제북로 2633-15) 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유람선은 하루 2회(10:10, 14:00 등) 운항하며, 저도까지 약 15분이 소요된다. 섬 체류 시간 1시간 30분을 포함해 총 2시간 30분가량의 투어 코스로 구성된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저도는 군사보호구역이므로 승선자 전원의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이 없으면 예약했더라도 승선 자체가 불가능하다.

거제 저도 유람선
거제 저도 유람선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람선 요금은 대인 기준 23,000원(입장료 포함)이며, 24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다. 선착장 내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정기 휴무일은 매주 수요일이며, 설과 추석 당일, 그리고 매년 1월과 7~8월경 해군 정비 기간에는 입도가 통제되니 방문 전 운항 여부를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1668-2240)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한 세기 가까이 닫혀 있던 섬, 저도는 이제 역사의 교훈과 천혜의 자연을 품에 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이번 여행지는 단연코 거제 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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