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매미성
무료로 즐기는 최고의 야경 명소

경남 거제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솟아오른 유럽의 고성. 지난 20년간 수많은 여행자의 발길을 이끌었던 매미성이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어둠이 내리면, 돌 틈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며 성벽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이것은 단순한 야간 조명이 아니다. 한 남자가 20년 넘게 쌓아 올린 처절한 투쟁의 기록 위에, 마침내 켜진 희망의 불빛이자 거제가 선물하는 가장 뜨거운 위로다. 2025년 여름, 매미성은 밤에 다시 태어났다.
어둠을 이긴 빛, 새로운 시작

매미성의 역사는 이제 야간 조명 설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거제시는 2025년 7월, 복항마을의 관광 매력을 높이고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매미성에 야간 경관조명 설치를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낮 시간의 이국적인 풍경으로만 알려졌던 이곳은, 해가 진 후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새로운 야경 명소로 거듭났다.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29에 자리한 이 성은 이제 24시간 내내 방문객을 맞이하지만, 그 백미는 단연 일몰 후 펼쳐지는 빛의 향연이다.

이 빛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드리워진 성벽이 처절한 상처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는 2003년 9월, 한반도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태풍 중 하나로 기록된 ‘매미’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최대순간풍속 초속 60m라는 파괴적인 위력으로 남해안을 할퀸 태풍은 설립자 백순삼 씨의 평화로운 텃밭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가 은퇴 후 가족과 함께하려던 꿈의 공간은 하룻밤 만에 폐허로 변했다.
집념으로 쌓아 올린 20년의 서사

절망 앞에서 백순삼 씨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무너진 둑의 돌을 하나하나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어떤 폭풍우가 와도 다시는 삶의 터전을 잃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설계도 한 장 없이 오직 머릿속 구상에 의지해 돌을 쌓고 시멘트를 발랐다. 텃밭을 지키기 위한 작은 방벽에서 시작된 작업은 2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거대한 성채가 되었다.
매미성은 완공된 건축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백순삼 씨는 틈틈이 돌을 나르고 성벽을 다듬으며 성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살아내고 미래를 일궈가는 ‘살아있는 건축물’임을 의미한다.
그의 숭고한 노력은 2023년, 지역사회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 거제시는 그의 공로를 높이 사 ‘거제를 빛낸 인물’로 선정하며, 한 개인의 사투가 지역 전체의 자부심으로 승화되었음을 증명했다.
주차부터 야경 팁까지

새로운 빛과 함께 다시 태어난 매미성을 방문하려는 여행자를 위한 실용 정보는 필수다. 놀랍게도 이 모든 감동의 공간은 개인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입장료가 없다. 성 입구 인근에 마련된 공영주차장 역시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여행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대중교통 이용객에게도 문턱이 낮다. 부산 하단역에서 출발하는 2000번 버스를 타면 환승 없이 복항마을까지 닿을 수 있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야간 조명은 일몰 후부터 점등되지만, 안전을 위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인 초저녁부터 성의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 사람의 의지가 자연재해의 상처를 어떻게 예술로, 그리고 모두를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바꾸어 놓았는지, 그 위대한 서사를 직접 확인해 보자.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매미성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우리 시대의 가장 감동적인 위로와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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