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매미성
한 농부의 집념이 빚은 해안 명소

1월의 거제 바다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겨을빛을 품고 있다. 그 바닷가 한가운데,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돌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건축가나 대형 자본이 아닌, 한 농부의 20년 넘는 노력으로 완성된 공간이며, 태풍으로 인한 상처를 딛고 일어선 의지의 결과물이다.
거제를 대표하는 이색 명소로 자리 잡은 매미성을 살펴봤다.
거제 매미성

2003년 9월 12일, 한반도에 중심기압 950hPa의 초강력 태풍 매미가 상륙했다. 이는 한반도를 통과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기록이었다.
거제시 장목면 복항마을 주민 백순삼 씨는 이 태풍으로 약 2,000㎡(약 600평) 규모의 경작지를 한순간에 잃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선박설계 연구원으로 일해온 그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다시는 농작물을 잃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바닷가에 방풍용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설계도 한 장 없이 시작된 이 작업은 이후 20년 넘게 이어지며 거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1만 개 돌로 완성한 110m 성곽

백순삼 씨는 바닷가에서 손으로 주워 모은 화강암을 깎고 다듬었다. 시멘트와 황토를 섞은 재료로 견고하게 메워나가는 과정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성벽의 높이는 약 9~10m(2018년 기준)에 달한다.
길이는 110m 이상이며 약 1만 개 이상의 돌이 사용되었다. 특히 설계도 없이 만들어진 이 성은 건축학적으로도 치밀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벽 중간의 아치형 창문과 포루(돌출 구조)는 무게를 분산시키고 태풍의 강풍과 파도를 효과적으로 분산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이 덕분에 매미성은 단순한 방풍 시설을 넘어 예술적 가치까지 인정받는 공간이 되었다.
거제 필수 코스

오늘날 매미성은 거제를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았다. 성벽을 따라 약 30~40분간 산책하며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성벽의 아치형 창문 너머로는 거가대교가 정확하게 프레이밍된다.
성루(최상층)에서는 탁 트인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고, 특히 일몰 시간대에 방문하면 노을이 바다와 성벽을 붉게 물들이는 장면을 담을 수 있다.
성 아래에는 굵은 자갈로 이루어진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어 파도가 칠 때마다 독특한 소리를 내는 편이다. 주변에는 카페와 상점도 운영되고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매미성(경남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은 거가대교로부터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이며, 상시 개방되어 운영시간 제약이 없다.
방문 시에는 편한 신발을 준비하는 편이 좋은데, 경사와 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강풍이 심한 날씨에는 안전을 위해 접근을 자제해야 하며, 겨울철에는 결빙에 주의가 필요하다.
자세한 사항은 거제시청 관광과(055-639-4178)에 문의할 수 있다. 인근에는 학동몽돌해수욕장(약 15~20분), 바람의 언덕(약 25~30분), 거제 케이블카(약 30~40분) 등의 명소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매미성은 2023년 “거제를 빛낸 인물”로 선정되며 지역사회의 공인된 업적이 되었고, 백순삼 씨로부터 거제시에 무상 기부되어 현재는 공공의 자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나 첨단 기술 없이 오직 돌과 시멘트, 그리고 순수한 염원으로 쌓아 올려진 이 성벽은 자연재해를 극복한 의지의 상징인 셈이다.
거제 여행을 계획한다면, 바다 옆에서 20년 넘게 이어진 한 사람의 땀과 열정을 되새기며 잔잔한 울림을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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