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한 사람이 맨손으로 쌓았다고요?”… 2만 장 돌로 직접 만든 무료 해안 성벽 명소

태풍이 휩쓸고 간 거제도 해안가에 한 남자의 집념으로 쌓아 올린 이국적인 성벽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독특한 정취를 자아냅니다.

거제 매미성
거제 매미성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핵심 요약

  • 거제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백순삼 씨가 20년간 홀로 화강암 2만여 장을 쌓아 올린 높이 9m, 길이 110m의 중세 유럽풍 성벽입니다.
  •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나, 성벽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도보 5~10분 거리의 외부 주차장 공중화장실을 미리 이용해야 합니다.
  • 2024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야간 경관조명을 감상하려면 일몰 전후에 방문하여 거가대교 전망과 성벽 라인의 야경을 동시에 촬영하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파도 소리가 해안 절벽을 두드리는 이른 아침, 바다 위로 뿌옇게 깔리는 물안개 사이로 낯선 실루엣이 드러난다. 성벽이다. 남해 거친 파도 바로 앞, 중세 유럽 성곽을 닮은 회색 석조물이 조용히 서 있다.

건축 설계도도, 전문 건축가도, 중장비도 없었다. 대우조선에서 전기장치를 설계하던 평범한 기술자 한 명이 2003년부터 오직 두 손으로 돌을 날랐다. 2만여 장의 화강암이 쌓이는 데 20년이 걸렸으며, 그 결과물은 높이 약 9m, 길이 110m 이상의 성벽이 됐다.

태풍 매미가 남긴 자리, 그리고 20년의 축조

매미성 모습
매미성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매미성(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29)은 거제도 북동부 장목면 복항마을 해안에 자리한다. 이름의 유래는 2003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다. 중심기압 950hPa, 사망·실종 133명, 재산피해 약 3조 4,600억 원을 남긴 태풍이 이 해안의 경작지를 초토화하면서 백순삼 씨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피해 이후 그는 경작지를 지키기 위해 축조를 결심했으며, 처음에는 시멘트와 벽돌로 시작해 점차 화강암으로 외장을 교체하며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설계도 한 장 없이 독학으로 쌓아 올린 이 공간은 2023년 제27회 거제시민상을 수상하며 공식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성벽 위에서 마주하는 거가대교와 이수도

매미성 성벽 위 전망
매미성 성벽 위 전망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성벽 안으로 들어서면 아치형 창틀과 계단이 이어지며, 각 구간이 독립된 포토존이 된다. 창틀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액자처럼 잘려 있으며, 성벽 상부에 오르면 시야가 단번에 열린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8.2km 길이의 거가대교가 수평선 위로 길게 펼쳐지고, 이수도와 거제 북부 앞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성벽 바깥, 몽돌해변 쪽으로 내려서면 전체 성벽을 배경으로 담을 수 있어 또 다른 구도가 나온다. 성수기나 주말에는 주요 포토존에서 대기가 생길 만큼 방문객이 몰리는 편이다.

야간 경관조명으로 달라진 겨울 밤 풍경

매미성 야경
매미성 야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2024년 12월 21일부터 거제시의 ‘거제 추억을 담다, 포토스팟 조성사업’ 일환으로 야간 경관조명이 정식 운영되기 시작했다. 성벽 라인을 따라 설치된 조명,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축광석, 매미성 로고 조명이 더해지며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일몰 전후에 방문하면 석양과 야간조명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며, 이 시간대가 포토존 활용도 면에서도 가장 높다. 한국관광공사에도 정식 등록된 관광지로, 거제시가 공식 관리하고 있다.

무료 입장에 연중 24시간 개방

매미성 배롱나무꽃
매미성 배롱나무꽃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매미성은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이며, 연중무휴 상시 개방된다. 주차장은 매미성 입구 맞은편 대금리 일대에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 후 도보로 5~10분 거리다.

성벽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 주차장 인근 공중화장실을 미리 이용하는 편이 좋다. 부산 방면에서는 거가대교를 건너 장목면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계단과 경사 구간이 있어 우천이나 강풍 시 미끄러울 수 있으며, 특히 해안 바로 앞이라 물보라 주의가 필요하다.

매미성에서 바라 본 모습
매미성에서 바라 본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매미성은 재난이 무언가를 빼앗은 자리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그 앞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공간이 됐다. 한 사람의 20년이 쌓아 올린 풍경은 어떤 설계보다 단단하게 해안에 남아 있다.

바다와 성벽이 만드는 낮의 파노라마, 조명이 켜지는 밤의 고요함 모두를 느끼고 싶다면 일몰 무렵 장목면 복항마을로 향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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