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혼자 20년 동안 쌓았다니”… 유럽 부럽지 않은 무료 이색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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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매미성
한 사람이 20년 넘게 쌓아 올린 이색 감성 명소

매미성
매미성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늦가을의 바다는 언제나 여행자를 부른다. 찬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떠오른 곳이 있었다. 바람과 파도에 맞서 오직 한 사람의 손으로 지어진 성, 거제 장목면의 매미성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유럽 중세의 성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돌과 시멘트로 채워진 시간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연이 만든 절경이 아닌, 사람이 자연과 싸우며 버텨낸 흔적이 이곳에 담겨 있다.

거제 매미성

매미성 겨울 풍경
매미성 겨울 풍경 / 사진=거제시 공식 블로그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29에 위치한 거제 매미성은 거대한 유적지도 아니고, 오랜 세월을 간직한 문화재도 아니다. 시작은 2003년, 태풍 매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삶의 터전을 잃은 백순삼 씨는 더는 농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바닷가 앞에 돌을 쌓기 시작했다. 네모반듯한 돌 하나를 올리고, 그 사이를 시멘트로 채우고, 다시 또 하나의 돌을 쌓는 일이 20년 넘게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물은 단순한 방파제를 넘어 마치 시간이 멈춘 중세 성채 같은 풍경을 갖게 되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흔히 “유럽에 온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꾸준히 계속된 작업 덕분에 지금도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고 있어, 다시 찾을 때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손때 묻은 돌들의 결은 바다의 거친 바람과 함께 세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라지는 해안 산책의 매력

매미성과 몽돌해변
매미성과 몽돌해변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주차장에서 내려 짧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향해 우뚝 선 성의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온다. 파도 소리가 점점 커지고, 돌로 쌓인 성벽이 드러나는 순간 이국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갈래로 나 있어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면 된다. 무거운 등산 장비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길이 편안해 가벼운 산책 코스로도 충분하다.

성 내부에 들어서면 예상보다 다양한 길이 이어지고, 좁은 돌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바다와 성벽이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성 위로 올라서면 발아래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고,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서로 다른 모양의 돌이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비정형적 구조 덕분에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특별한 사진을 남기기 참 좋은 공간이다.

성 뒤편에서 만나는 잔잔한 쉼표

몽돌
몽돌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재윤

매미성의 감동은 성벽에서 끝나지 않는다. 뒤편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파도와 몽돌이 부딪히며 내는 은은한 소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단단한 돌과 잔잔한 바다가 서로 다른 리듬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어, 성에서 느꼈던 웅장함과는 또 다른 고요함이 이어진다.

이 해변은 걷기에도 좋고, 잠시 앉아 바다 내음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성을 만든 백순삼 씨의 아들이 이곳에서 오션뷰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따뜻한 음료 한 잔을 들고 성과 바다를 동시에 바라보며 쉬어가기에도 좋다.

거제의 바다색이 유난히 맑게 빛나는 날이면 카페 창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잊게 된다. 성의 단단함과 해변의 잔잔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특별한 휴식의 풍경을 완성한다.

여행자를 위한 기본 정보

매미성 모습
매미성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매미성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도록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별도의 입장료도 없다. 거제시에서 정비한 공영주차장이 성 앞에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야간 경관조명이 더해져 밤에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낮에는 돌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해질 무렵에는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성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어둠이 내린 뒤에는 조명이 성벽을 감싸며 낮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초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는 바다 소리와 빛이 어우러져 감성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매미성 모습
매미성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몽돌해변과 함께 둘러보면 전체 코스가 길지 않아 반나절 여행 일정에도 충분히 넣을 수 있다. 주변 카페에서 잠시 머물며 매미성의 풍경을 감상한 뒤 천천히 돌아 나오는 여유를 즐겨보면 좋다.

거제 매미성은 화려한 관광시설보다 사람이 만든 시간의 흔적이 주는 깊이가 더 오래 남는 곳이다.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 작은 성벽이 20년 넘게 이어져 지금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늦가을에 찾으면 성벽 사이로 스며든 이야기와 바다의 잔향이 더욱 선명하게 와닿는다. 거제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이 이색적인 명소를 꼭 일정에 넣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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