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로 무인도와 이어졌다”… 120m로 연결된 특별한 출렁다리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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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씨릉섬 출렁다리
전설 품은 무인도 길

거제 씨릉섬 출렁다리 전경
씨릉섬 출렁다리 전경 / 사진=거제군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비밀의 섬이 마침내 빗장을 풀었다. 2024년 4월, 경남 거제시 칠천도에 아주 특별한 다리가 놓였다. 건너편 무인도 씨릉섬을 향해 뻗어 나간 이 다리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아득한 전설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현실 세계와 이어주는 마법 같은 관문이다.

이전에는 헤엄쳐야만 닿을 수 있던 미지의 땅 위를 이제 누구나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거문고의 애달픈 가락이 이름이 되었다는 섬, 씨릉섬으로 떠나는 아주 새로운 여행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옥황상제 딸의 슬픈 연주가 깃든 섬

씨릉섬 출렁다리 전경
씨릉섬 출렁다리 전경 / 사진=거제 공식블로그 김주영

씨릉섬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먼저 그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 죄를 짓고 칠천도로 쫓겨난 옥황상제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고향인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며 밤마다 거문고를 탔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구슬펐는지 ‘씨릉, 씨릉’ 하고 섬 전체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이 애틋한 연주에 감동한 용왕신은 바다 건너편에서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춰주었는데, 용왕의 북은 지금의 ‘북섬’이 되었고, 공주의 거문고 소리가 머물던 이 섬은 씨릉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은, 바로 이 애달픈 신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거제 씨릉섬 출렁다리
씨릉섬 출렁다리 전경 / 사진=경상남도 공식블로그 조은희

2024년 4월, 거제시가 완공한 씨릉섬 출렁다리는 이 전설에 방점을 찍는다. 총 길이 120m, 폭 1.5m의 날렵한 무주탑 현수교 형태로, 칠천도의 수려한 해안선과 씨릉섬의 야생적인 풍경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실제로 다리 위에 서면 출렁다리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안정적이고 튼튼하다. 발밑으로는 강철 그레이팅 사이로 투명한 남해 바다가 아찔하게 펼쳐져,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칠천량해전공원’에서 시작하는 완벽한 탐방 코스

거제 출렁다리
거제 출렁다리 / 사진=거제 공식블로그 김주영

씨릉섬 여행을 계획한다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주차’다. 출렁다리 바로 앞에는 주차 공간이 전무하다시피 하므로, 내비게이션에 ‘칠천량해전공원(경남 거제시 하청면 칠천로 266)’을 목적지로 설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넓고 쾌적한 공원 주차장에 무료로 차를 댄 뒤, 해안을 따라 약 500m, 도보 10분 정도만 걸으면 그림 같은 출렁다리 입구에 닿을 수 있다. 가는 길은 아름다운 해안 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어 산책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해안길에 마련된 큼직한 공중화장실이다. 씨릉섬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무인도이기에, 섬 안에는 화장실을 비롯한 어떤 인공 시설도 없다. 그러니 이곳에서 미리 준비를 마치는 것이 필수다.

씨릉섬 출렁다리
씨릉섬 출렁다리 / 사진=거제 공식블로그 김철은

다리를 건너 씨릉섬에 발을 들이면, 총 길이 약 1.2km의 생태탐방로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험하지 않은 해안 데크길과 숲길이 조화롭게 이어져 있어, 바다새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걷다 보면 약 4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히 섬을 둘러볼 수 있다.

탐방로 초입은 잘 정돈된 공원의 느낌이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림의 거친 매력이 드러난다. 이는 거제시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며 ‘생태탐방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과거 일부 탐험가들이 수영으로 건너던 ‘윤돌섬’과 달리, 이제 씨릉섬은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무인도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만이 드나들던 섬, 옥황상제의 딸이 흘렸을 눈물이 파도 소리에 실려 오는 듯한 그곳에서 일상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깊은 평온과 감동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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