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제주도까지 갈 필요 없어요”… 동백숲·등대까지 품은 해안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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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여수와 제주 사이 관광의 섬

거문도 트레킹
거문도 트레킹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월 초, 남해의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섬이 간직한 고요함은 더욱 깊어진다. 여수 최남단 바다 위에 병풍처럼 펼쳐진 세 개의 섬은 동백나무 숲길과 절벽 해안이 어우러진 특별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1979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백도부터 2024년 명승 지정을 받은 수월산까지,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이곳은 천혜의 항구로서 오랜 시간 해상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동도, 서도, 고도가 연도교와 방파제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 속에서 풍부한 어장과 빼어난 절경이 공존하는 거문도의 모든 것을 전한다.

거문도

거문도 등대
거문도 등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 거문길 103에 위치한 거문도에 있는 거문도 등대는 1906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힌 유인 등대이자, 현재까지 운영되는 해상 교통의 상징이다.

해상 교통량이 증가하고 선박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등탑의 광력이 부족해지자 2006년 기존 등탑 옆에 광력이 강한 새 등탑을 설치해 두 개의 등탑이 나란히 서 있는 독특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등대로 향하는 길은 동도에서 자라는 나무의 70%를 차지하는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며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길로 유명하다.

거문도 동백꽃
거문도 동백꽃 / 사진=여수시 공식 블로그

이 덕분에 거문도는 ‘동백섬’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동백꽃이 피는 계절이면 붉은 꽃잎이 초록 터널 사이로 흩날리는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서도 수월산 남쪽 끝에 자리한 등대 주변에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특유의 해안 절벽과 난대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등대에 오르면 거문도에서도 해안 절경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수월산과 주변 섬들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펼쳐진다.

기암괴석마다 전설 품은 바다 위 금강산

백도
백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문도까지 가서 백도를 보지 못했다면 안 간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문도 절경의 절반 이상이 백도에 집중돼 있다. 거문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관광 유람선을 타고 30여 분이 지나면 거대한 군함이 눈앞에 다가오는 것처럼 백도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파도 위로 각시바위, 병풍바위, 곰바위, 매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저마다 전설을 품은 채 서 있는데, 예전에는 접안하여 등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자연 보호를 위해 접안이 금지되어 유람선으로만 상백도와 하백도를 리본 모양으로 30여 분간 돌아보게 된다.

주변 해역은 고기떼가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으며, 성어기에는 각지에서 고기잡이 배들이 몰려와 불야성을 이루는 풍족한 어장이기도 하다.

거문도와 그 주변 섬들은 갯바위 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어 여름철이면 해수욕과 함께 낚시를 즐기려는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크고 작은 여러 부속 섬들은 기묘한 형상을 띠고 있어 바다에 잠긴 금강산처럼 풍광이 빼어나며, 1979년 국가 명승 지정 당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온 명실상부한 남해의 보물이다.

연중무휴로 만나는 역사문화 관광의 섬

거문도 여객선터미널
거문도 여객선터미널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거문도는 상시 개방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다. 동도, 서도, 고도 세 개의 섬이 연도교와 방파제로 연결되어 차량과 도보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여객선 터미널에서 백도 유람선 탑승이 가능하다.

거문도는 여수시와 제주도 중간 지점에 위치해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어 예로부터 군사적·해상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1885년 영국 해군이 약 2년간 주둔했던 거문도 사건 이후 항만·군사시설 등 근대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왔다.

거문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백도 유람과 동백 터널 숲, 거문도 등대에 이르는 첫 번째 코스는 약 5시간이 소요되며, 서도 선착장에서 거문도 인어해양공원과 녹산등대까지 이어지는 두 번째 코스 역시 5시간 정도 걸린다.

거문도 풍경
거문도 풍경 / 사진=여수관광

거문도는 동백나무 터널 숲과 해안 절벽이 조화를 이루는 남해의 대표적인 절경지이자,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근대 역사문화 공간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백도의 기암괴석, 거문도 등대의 역사, 그리고 세 섬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연결 구조가 만든 특별한 여정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셈이다.

동백꽃이 피는 봄이나 바다가 가장 푸른 여름, 그리고 남해의 공기가 선선해지는 가을과 초겨울이 특히 아름답다. 남해 끝자락에서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섬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세 섬이 하나로 연결된 거문도로 향해 바다 위 금강산의 풍광을 직접 마주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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