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국내 24번째이자 최초 도심형 국립공원 출범

2026년 3월의 첫날, 부산 시민들이 오랜 기간 오르내리던 그 산이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아침 햇살이 고당봉 화강암 능선을 물들이던 시각, 66.859㎢의 산자락은 공식적으로 국가가 지키는 땅이 되었다.
금정산이 특별한 이유는 단 하나의 수식어로 압축된다.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이어진 국립공원 계보에서 24번째를 차지한 것은 물론, 대도시 안에 완전히 자리한 국내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점이다. 1987년 소백산 이후 약 39년 만에 기존 비보호지역에서 새롭게 지정된 사례이기도 하다.
산 하나에 국보 1건, 보물 12건을 포함한 지정문화재 127건이 깃들어 있고, 멸종위기종 14종을 품은 야생 동식물 1,700여 종이 서식한다. 역사와 생태, 절경이 한 공간에 모인 금정산을 지금 만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고당봉 801.5m, 부산과 양산을 잇는 국립공원의 탄생

금정산국립공원(부산광역시 금정구·동래구·북구·사상구·연제구·부산진구 및 경남 양산시 일원)은 2026년 3월 3일 공식 출범한 대한민국 24번째 국립공원이다.
총면적 66.859㎢ 가운데 부산 6개 자치구가 약 78%(52.136㎢)를, 경남 양산시가 약 22%(14.723㎢)를 차지하며, 백양산까지 낙동정맥을 따라 이어지는 광대한 산세를 자랑한다.
최고봉인 고당봉은 해발 801.5m로 부산과 양산의 경계에 솟아 있으며,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낙동강과 시가지, 광안대교, 심지어 대마도까지 조망된다. 백악기 불국사 화강암류를 기반으로 형성된 산체는 토르·나마·인셀베르그 등 개성 있는 암석 지형을 품고 있어 지질·지형 자원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18.8km 산성과 678년 사찰이 공존하는 역사 산행

금정산의 진면목은 걸으면서 비로소 드러난다. 범어사 일주문을 시작으로 대웅전을 지나 금정산성 북문에 이르는 코스는 이 산을 대표하는 탐방 동선이다. 신라 문무왕 18년(678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해인사·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꼽히며, 조계종 제14교구 본사로서 천 년이 넘는 법맥을 이어오고 있다.
북문 너머로 이어지는 금정산성은 조선 숙종 재위 기간(1701~1703년)에 축조된 국내 최대 규모의 산성으로, 전체 둘레 18,845m(18.8km)에 성벽 높이 1.5~3m를 자랑하며 사적 제2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산성 능선을 따라 금샘까지 오르면 건기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전설의 황금빛 샘물을 만날 수 있으며, 고당봉 정상까지는 이 코스의 정점을 이룬다.
야생 동식물 1,700종과 지정문화재 127건의 생태·문화 자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수치가 뒷받침하는 자연·문화적 가치가 있다. 금정산에는 수달·삵·고리도롱뇽 등 멸종위기종 14종을 포함해 야생 동식물 1,700여 종이 서식하며, 24개 국립공원 가운데 문화자원 보유량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지정문화재 127건(국보 1건, 보물 12건 포함)이 산재해 있다.
부산시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도 함께 진행 중이어서, 생태·역사·지질 세 분야에 걸친 국제적 공인 가능성도 열려 있다.
등산 후 인근 동래온천과 연계한 체류형 탐방도 가능해, 단순한 등산을 넘어 역사·생태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료 입장·연중 개방, 대중교통으로 바로 닿는 국립공원

금정산국립공원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연중 탐방이 가능하다. 관리는 기존 8개 지자체(부산시·양산시·금정구·동래구·북구·사상구·연제구·부산진구)에서 금정산국립공원공단으로 일원화되었으며, 임시 사무소는 동래구 금강공원 인근에 마련되어 있다.
접근성은 국립공원 가운데 손꼽힐 만큼 뛰어나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에서 하차하거나, 노포동환승센터에서 90번 버스를 이용하면 범어사 주차장까지 바로 닿는다.
다만 전체 면적의 약 79%가 사유지(사유지 70%, 사찰지 10%)에 해당해 단계적 토지 매입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금정산국립공원은 도심 속에 이토록 깊은 자연과 역사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천 년 사찰의 고요함, 18.8km 성곽이 새긴 역사의 무게, 801.5m 정상에서 펼쳐지는 탁 트인 조망은 방문객 각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봄 산행의 계절이 무르익기 전, 국립공원의 새 이름을 처음으로 품은 금정산 능선에 올라 그 첫 풍경을 직접 눈에 담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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