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절벽따라 걷는 내내 감탄”… 단 25분 만에 닿는 18.5km 해안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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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금오도,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

금오도
금오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섬 여행은 어쩐지 큰 결심이 필요하게 느껴진다. 긴 뱃시간과 불편한 교통편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편견을 단 25분 만에 깨트리는 보석 같은 섬이 있다.

숲이 유난히 검고 무성해 ‘거무섬’이라 불리다, 큰 자라(鰲)를 닮은 형상으로 지금의 이름을 얻은 금오도 이야기다. 한때는 왕실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발 디딜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해안 트레킹 코스를 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벼랑 끝을 걷는 짜릿함, 이것이 진짜 바다”

금오도 트레킹
금오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금오도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자리한, 돌산도에 이어 여수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이곳의 진가는 ‘비렁길’에서 폭발한다.

‘비렁’은 벼랑의 순우리말 사투리로, 이름 그대로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과거 섬 주민들이 땔감이나 낚시를 위해 다니던 생계의 길을 최소한의 인공미만 더해 복원한 덕분에, 자연과 사람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총 5개 코스, 18.5km에 달하는 이 길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푸른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걷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수 금오도
금오도 / 사진=여수 공식블로그

비렁길의 백미로 꼽히는 구간은 단연 3코스다.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이 길 위에서는 직포에서 시작해 갈바람통 전망대, 매봉 전망대를 거쳐 학동으로 이어지는 동안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절벽과 절벽 사이를 잇는 출렁다리 ‘비렁다리’에 서면, 발밑으로 부서지는 파도와 눈앞에 펼쳐진 다도해의 풍광이 어우러져 현실을 잊게 만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왕실이 숨겨둔 섬, 100년의 봉인이 만든 자연

여수 트레킹
금오도 / 사진=여수 공식블로그

금오도의 태곳적 신비감은 그 역사에서 비롯된다. 조선시대, 이곳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봉산(封山)으로 지정된 땅이었다. 울창한 숲의 나무를 보호하고 왕실의 사슴 사냥터로 이용하기 위해 일반 백성의 입도를 철저히 금지했던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명성황후가 그 경관을 유달리 사랑했다고 전해질 만큼 빼어난 자연을 자랑했다.

1885년, 비로소 봉인이 풀리고 사람들이 섬에 정착하기 시작했지만, 오랜 세월 인간의 발길이 통제되었던 덕분에 금오도는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오늘날까지 간직하게 되었다.

금오도 몽돌해변
금오도 / 사진=여수 공식블로그

이러한 생태적 가치는 공식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물론, 우리나라 최대의 감성돔 산란처 중 하나로 꼽히며 낚시꾼들의 성지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또한 수리부엉이, 노랑때까치 등 희귀 조류 35종이 서식하는 동물의 낙원이기도 하다. 안도대교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이웃 섬 안도의 한적한 몽돌해변과 어우러져, 금오도 일대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 그 자체다.

25분 뱃길,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만나는 비경

금오도 배
금오도 배 / 사진=여수 공식블로그

이 모든 비경을 만나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여수 시내에서 멀지 않은 신기항에서 배를 타면 단 25분 만에 금오도 여천항에 닿는다. 이 노선은 하계에는 하루 9차례까지 운항할 정도로 배편이 잦아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부담이 없다.

성인 편도 요금은 5,600원 수준이며, 차량을 싣고 들어가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기에도 편리하다. (차량 선적비 약 13,000원) 물론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편도 있지만, 짧은 뱃시간과 잦은 운항 횟수를 고려하면 신기항 노선이 단연 최고의 선택지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긴 여정이 부담스러웠다면, 금오도가 완벽한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왕실이 숨겨두었던 비밀의 정원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벼랑길은, 짧은 주말만으로도 완벽한 재충전의 시간을 선물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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