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도 안 받는데 CNN이 극찬?”… 1,400년 시간 견뎌온 사찰 설경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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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금산사
호남평야 품은 백제 사찰의 겨울

금산사 전경
금산사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지대현

12월의 모악산은 하얀 눈으로 뒤덮이며 호남평야 위에 고요한 침묵을 내려놓는다. 그 서쪽 자락 깊은 곳에, 1,400여 년의 시간을 견뎌온 사찰이 자리한다.

백제 599년 창건된 이곳은 정유재란의 불길 속에서 40여 개 암자가 모두 소실되었지만, 1601년부터 35년에 걸쳐 재건되며 다시 법등을 밝혔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이 사찰의 겨울 풍경과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봤다.

김제 금산사

금산사 겨울
금산사 겨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산사의 중심은 국보 제62호 미륵전이다. 이 건물은 한국 고건축물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3층 목조 건물로, 복원물이 아닌 원형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건축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내부는 누각 구조가 아닌 통층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긴 기둥 4개가 3층까지 건물을 떠받치고 있어 조선시대 건축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중앙 본존불은 높이 11.82m, 좌우 협시불은 8.8m로 ‘山’ 글자 형태의 삼존불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1935년 조각가 김복진이 석고로 제작한 것이다.

미륵전 앞에는 보물 제22호 석등과 제23호 석련대가 나란히 서 있으며, 단청이 눈 속에서 또렷하게 빛나는 모습은 겨울 금산사의 대표적인 풍경으로 꼽힌다.

견훤이 유폐된 역사의 현장

금산사 겨울 풍경
금산사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산사는 불교 문화유산뿐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무대이기도 하다. 935년 후백제 견훤은 아들 신검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 이곳에 약 3개월간 유폐되었으며, 이후 나주로 도망쳐 왕건에게 투항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천왕문을 지나 해탈교를 건너면 역사의 무게가 한층 깊어진다. 해탈교는 눈이 덮이면 돌다리와 계곡이 하나의 풍경처럼 이어져 사색의 산책로가 되는데,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정유재란 당시 의승병을 모집했던 뇌묵당 처영 스님의 기록도 떠오른다.

경내에는 보물 제24호 혜덕왕사진응탑비, 제25호 오층석탑, 제26호 금강계단, 제27호 육각다층석탑 등 10점 이상의 보물급 문화재가 흩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하나씩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경이 빚어낸 사색의 풍경

금산사 미륵전
금산사 미륵전 / 사진=ⓒ한국관광공사 정효원

눈 내린 금산사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해탈교는 눈이 덮이면 돌다리와 계곡이 하나의 풍경처럼 이어져 사색의 산책로가 되는데,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발자국 소리만이 고요를 깨운다.

미륵전 주변으로 쌓인 눈은 3층 목조 건물의 곡선을 더욱 부드럽게 감싸고, 단청의 붉은색과 파란색이 새하얀 배경 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른다.

내부의 11.82m 미륵불은 온화한 빛을 내며, 겨울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면 석고 불상 표면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순간도 마주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많은 여행객이 눈 내린 직후 이곳을 찾아 고요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금산사
금산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산사(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는 입장료가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하절기(봄~가을)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동절기(겨울)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 계절에 따라 방문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주차료는 5,000원이지만 일부 무료 주차장도 운영되므로 방문 전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겨울 설경을 감상하려면 눈이 내린 직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새하얀 풍경 속에서 미륵전의 단청이 더욱 선명해지고, 해탈교 주변 계곡이 고요한 사색의 공간으로 변하는 순간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다만 겨울 산길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금산사 설경
금산사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산사는 1,400년 역사와 국보 미륵전, 10점 이상의 보물급 문화재를 품은 호남평야의 대표 고찰이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33곳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정유재란의 아픔을 딛고 재건된 복원력과 한국 유일의 3층 목조 건물이 증명하는 건축적 가치 덕분이다.

눈 내린 모악산 자락에서 미륵전의 온화한 빛을 마주하고, 견훤이 유폐되었던 역사의 무게를 느끼고 싶다면, 입장료 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이 사찰로 향해 천년의 고요 속을 거닐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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