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분산성…923m 성곽길에서 즐기는 해은사 역사 탐방과 낙동강 일몰 조망

홍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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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분산성, 낙동강과 남해를 품은 고려 시대 산성

김해 분산성 노을
김해 분산성 노을 / 사진=김해관광포털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계절, 산 위를 타고 흐르는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햇살만큼은 따사롭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석벽 위에 서면 김해평야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낙동강 하류와 남해가 시야에 들어온다. 도심에서 올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이토록 넓은 세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이곳은 고려 시대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산성이다. 1963년 사적 제66호로 지정된 이 성곽은 가야의 땅 위에 세워진 역사의 흔적으로, 수백 년을 버텨온 돌담이 오늘도 묵묵히 능선을 잇고 있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성곽길이라는 점도 반갑다. 역사와 조망, 일몰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공간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고려 시대 축성부터 조선 개축까지, 역사가 쌓인 성벽

김해 분산성 모습
김해 분산성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희재

김해 분산성(경상남도 김해시 가야로405번안길 210-162, 어방동)은 분성산 정상부를 둘러싼 테뫼식 산성이다.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박위가 처음 쌓았으며, 조선 고종 8년인 1871년 정현석이 개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성곽 둘레는 약 923m에 이르며, 폭 8m에 석벽 높이 3~4m 규모로 능선을 따라 뻗어 있다. 가야의 땅 위에 자리한 이 산성은 가야시대의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활용한 입지로,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탁월한 편이다.

성 내부에는 남북 2개의 문지와 서편 암문, 우물지가 남아 있으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66호로 지정되었다.

만장대 친필과 해은사가 품은 가야의 기억

김해 분산성 조망
김해 분산성 조망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희재

성곽 안에는 만장대가 자리한다. 흥선대원군이 직접 쓴 친필이 새겨진 이곳은 조망과 역사적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공간이다.

만장대에 오르면 성벽 너머로 김해평야와 낙동강 하류, 맑은 날에는 남해까지 한눈에 담긴다. 해은사는 허왕후가 인도에서 건너온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립된 사찰로, 내부에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다.

가야 건국 신화의 두 주인공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찰 특유의 고요함과 성곽의 탁트인 경관이 대비를 이루며, 방문객에게 각기 다른 감흥을 남기는 편이다.

왕후의 노을, 분산성이 품은 일몰 명소

분산성 일몰 조망
분산성 일몰 조망 / 사진=김해관광포털

분산성에는 ‘왕후의 노을’이라 불리는 일몰 조망 포인트가 있다. 허황옥이 고향 인도를 그리워하며 안녕을 기원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낙동강레일파크 방향 너머로 노을이 물드는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봄과 가을 해질 무렵이면 성벽 위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소담하게 붐빈다. 분성산 일대에는 분산성 외에도 김해가야테마파크와 김해천문대가 인접해 있어 반나절 이상의 코스를 구성하기에도 좋다.

산성과 역사 유적, 천문 관람을 한 번에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일대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연중무휴 무료 개방, 방문 전 확인 사항

분산성 성곽길
분산성 성곽길 / 사진=김해관광포털

분산성은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주차는 해은사 진입로 인근에 가능하며, 해은사 바로 앞은 주차가 어려우니 미리 여유를 두고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분성산 정상부에 자리한 산성 특성상 산책로를 따라 걸어야 하므로 편안한 신발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분산성은 가야의 역사가 새겨진 성벽과 탁 트인 조망, 그리고 허왕후의 이야기가 얹힌 일몰이 한자리에 모인 공간이다. 923m 성곽길을 천천히 걸으며 쌓인 돌 하나하나에 담긴 시간을 느끼다 보면, 김해라는 도시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노을빛이 낙동강 위로 번지는 저녁 무렵, 분성산 능선에 서서 왕후가 바라보았을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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