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리 청굴물, 물때 따라 달라지는 풍경

간조와 만조 사이, 바다가 숨을 고르는 시간대가 있다. 밀물이 차오르기 전 잠시 드러난 해안가에는 원형 물통 두 개가 고즈넉이 자리하고, 그 안에서 15도 안팎의 차가운 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여름엔 시원함을, 겨울엔 상대적인 따뜻함을 선사하는 이 물은 제주 현무암 지층 틈새를 따라 흐르다 화산회토에 막혀 지표로 솟아오른 지하수다.
제주 동쪽 김녕리 청수동, 옛 이름 청굴동에서 유래한 이곳은 수백 년간 마을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식수이자 목욕탕이었고, 빨래터이자 가축의 급수장이었던 용천수는 지금도 하루 두 번 바닷물에 잠겼다 드러나길 반복한다.
청수동 해안가에 솟은 용천수

청굴물(제주특별자치시 구좌읍 김녕리 1296)은 김녕리 청수동 해안가에 자리한 용천수다. 청수동은 과거 청굴동으로 불렸으며, 이 지명에서 청굴물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용천수란 지하수가 지표면 가까이 솟아오르는 물을 뜻하며, 제주에서는 현무암 지층 틈새로 스며든 빗물이 점토층에 막혀 해안가로 흘러나오는 형태다.
청굴물은 빌레용암 지층 아래 0.4~2.3m 두께의 화산회토 퇴적층이 지하수를 차단하면서 형성됐다. 수온은 사계절 내내 15도 안팎을 유지하며, 원형 물통 두 개가 반으로 나뉜 구조로, 과거 남녀 구분 용도로 사용됐던 흔적이 남아 있다.
만조와 간조 사이 드러나는 풍경

청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물때에 따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만조 때는 바닷물에 완전히 잠겨 물통의 존재조차 확인하기 어렵고, 간조 때는 물통 전체가 드러나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선명히 볼 수 있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간조와 만조의 중간 시기로, 물통이 적당히 노출되면서도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경계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통 안쪽으로 들어가면 차가운 용천수를 직접 느낄 수 있으며, 주변 암반 지형과 어우러진 풍경은 제주 해안가만의 독특한 지질 특성을 보여준다. 특히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동선이 만들어져 있어 접근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지질트레일과 올레길 경유 명소

청굴물은 김녕 지질트레일 A코스와 제주올레 20코스가 지나는 경유지다. 지질트레일 A코스는 청굴물을 포함해 김녕리 해안가 일대의 독특한 지질 구조를 따라 이어지며, 제주 화산섬의 형성 과정을 체감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됐다.
제주올레 20코스 역시 이곳을 지나며, 도보 여행객들에게 잠깐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청굴물 인근에는 김녕해수욕장과 세기알해변이 각각 도보 약 0.8km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세기알해변은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촬영지로 알려지며 최근 방문객이 늘고 있으며, 김녕 금속공예 벽화마을은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벽화마을은 해녀의 일생을 주제로 한 총 29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무료 개방에 주차 편의 양호

청굴물은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24시간 언제든 방문 가능하지만, 물때를 확인한 후 간조와 만조 중간 시기에 방문하는 것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다.
주차는 김녕로1길 79-2 인근 공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주차 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청굴물에 도착한다. 청굴물 입구에는 카페 청굴물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 전후 잠깐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제주 동쪽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나 도보 여행 중 들르기 좋은 위치로, 김녕해수욕장이나 월정리해변(약 3.7km)과 연계해 일정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청굴물은 제주 용천수 문화와 해안 지질 구조가 만나 빚어낸 독특한 공간이다. 하루 두 번 바닷물에 잠겼다 드러나는 물통, 사계절 15도를 유지하는 차가운 지하수, 과거 마을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흔적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풍경으로 남는다.
물때표를 확인하고 간조와 만조 사이를 노려 김녕리 청수동 해안가로 향해, 바다와 민물이 교차하는 경계를 직접 밟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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