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m 은행나무길이 물에 비쳐요”… 황금빛 풍경에 감탄 나오는 가을 단풍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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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문광저수지
저수지 품은 2km 은행나무길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 사진=괴산 공식블로그 정한윤

가을이 되면 대한민국은 온통 울긋불긋한 색의 향연에 빠져들지만,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하나의 색을 꼽으라면 단연 ‘황금빛’일 것이다. 그 눈부신 황금빛이 잔잔한 수면 위에 그대로 복사되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경계를 잃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수십 년 전, 한 주민의 소박한 기부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 기적 같은 이야기의 무대로 지금 떠나본다.

“한 사람의 기부가 마을을, 나아가 K-드라마의 풍경을 바꾸다”

괴산 은행나무 명소
괴산 은행나무 명소 / 사진=괴산 공식블로그 정한윤

이야기의 무대는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정확한 주소는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 16이다. 이곳은 매년 10월 중순이 되면 약 2km에 달하는 둑길 양옆으로 늘어선 은행나무들이 일제히 황금빛으로 물들며 절경을 이룬다. 하지만 이곳이 다른 단풍 명소와 격을 달리하는 이유는 바로 곁에 있는 문광저수지 덕분이다.

바람 한 점 없는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노란 은행나무길이 저수지에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하게 반영되는데, 이 몽환적인 풍경은 수많은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매력 포인트다.

이 환상적인 풍경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했다. 1978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문광저수지가 준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77년, 당시 양곡리 마을에 거주하던 김환인 씨가 훗날을 위해 200여 그루의 은행나무 묘목을 마을에 기증한 것이 그 시초다.

문광저수지 가을 은행나무
문광저수지 가을 은행나무 / 사진=괴산 공식블로그 정한윤

그의 선의에 감동한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묘목을 심고 수십 년간 정성껏 가꾸면서, 앙상하던 둑길은 오늘날과 같은 울창한 황금 터널로 거듭났다. 한 사람의 나눔이 공동체의 노력을 만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길 중 하나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특별한 풍경을 미디어가 놓칠 리 없었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은 배우 이민호가 주연한 SBS 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에서 차원의 문이 열리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등장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이 외에도 KBS <동백꽃 필 무렵>, <비밀>, tvN <슈룹> 등 수많은 인기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이제는 단순한 지역 명소를 넘어 K-드라마 팬들의 ‘성지 순례’ 코스로 자리 잡았다.

문광저수지 양곡은행나무길
문광저수지 양곡은행나무길 / 사진=괴산 공식블로그 이민숙

타 지역의 유명 은행나무길, 예를 들어 아산 곡교천이 곧게 뻗은 길 자체의 웅장함을 자랑한다면, 이곳은 저수지와의 조화를 통해 ‘반영’이라는 독보적인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가진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정보는 간단하다.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방문객 편의를 위해 넓은 공영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방문 계획이 있다면 괴산군청 문화체육관광과(043-830-2522)를 통해 최신 단풍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풍경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풍경 / 사진=괴산 공식블로그 이민숙

물론 가을이 이곳의 전부는 아니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눈 덮인 가지와 얼어붙은 저수지가 고요한 운치를 더한다. 또한,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빛과소금마을’(구 빛과 소금 테마파크)은 괴산의 특산물인 시골절임배추를 테마로 한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은행나무길과 연계해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수십 년 전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심은 200그루의 나무는 이제 수만, 수십만 명에게 잊을 수 없는 가을의 추억을 선물하는 거대한 숲이 되었다. 이번 가을, 붓으로 그린 수채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은 당신이 상상했던 가을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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