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이렇게나 맑다고?”… 아홉 절경 품은 청정 1급수 계곡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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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쌍곡계곡
아홉 절경에 숨은 선비의 풍류와 청정함

괴산 쌍곡계곡
괴산 쌍곡계곡 / 사진=충청북도 공식블로그 이가원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시원한 물줄기와 짙은 녹음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많은 이들이 충북 괴산의 계곡을 떠올리지만, 그저 발만 담그고 돌아오기엔 아쉬운, 차원 다른 깊이를 품은 곳이 있다.

얼음장 같은 계곡물은 기본, 그 물길 아홉 굽이마다 조선 시대 석학들의 지적인 유희와 자연관이 오롯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쌍곡계곡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풍광 너머,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 속에 숨어있다.

괴산 쌍곡계곡

괴산 쌍곡계곡 풍경
괴산 쌍곡계곡 풍경 / 사진=충청북도 공식블로그

쌍곡계곡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쌍곡로 242 일원에 자리한,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약 10.5km에 걸쳐 펼쳐지는 자연의 걸작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괴산8경 중에서도 으뜸인 제1경으로 꼽혔으며, 웅장한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싼 가운데 수정처럼 맑은 물이 기암괴석과 노송 사이를 흐른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조선 시대 선비들의 발자취에서 더욱 빛난다. 퇴계 이황, 송강 정철과 같은 당대의 유학자와 문인들은 쌍곡의 수려함에 반해 이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심신을 수련하고 학문을 논했다.

이는 바로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구곡 문화(九曲)’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구곡 문화란, 무이구곡을 경영한 주자의 예를 따라 경치 좋은 계곡의 아홉 굽이를 정하고 각각의 장소에 철학적 의미가 담긴 이름을 붙여 노래하던 풍류 문화다.

쌍곡계곡의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등 아홉 명소(쌍곡구곡)는 단순한 지명이 아닌, 자연을 통해 이상 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던 선비들의 인문학적 공간인 셈이다.

함부로 즐길 수 없기에 더 특별한 청정함

쌍곡계곡
쌍곡계곡 / 사진=충청북도 공식블로그

오늘날 쌍곡계곡이 여전히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계곡 전역이 속리산 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방문객에게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자연에 대한 책임과 존중을 요구한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이곳에서는 지정된 장소를 제외한 곳에서의 취사, 야영, 텐트 설치, 주차, 흡연 등의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주차는 펜션이나 식당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쌍곡휴게소에서 주차 요금을 내고 주차하면 된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제 덕분에 계곡물은 다슬기와 물고기가 뛰노는 1급수 청정함을 유지하고, 울창한 숲은 오염 없이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다.

즐길 수 없다는 제약이 역설적으로 쌍곡계곡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것이다. 입장료무료이지만, 자연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셈이다.

쌍곡구곡의 아홉 가지 매력 탐방하기

쌍곡계곡 물놀이
쌍곡계곡 물놀이 / 사진=충청북도 공식블로그

10.5km에 달하는 계곡 전체를 한 번에 둘러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자신의 일정과 취향에 맞춰 핵심 포인트를 공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초입의 제1곡과 제2곡은 가족 단위 피서객의 성지다. 계곡 초입의 쌍곡삼거리 인근은 물놀이 안전요원이 배치되고 수심이 비교적 얕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안성맞춤이다.

특히 외쌍유원지 주변에는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계곡물이 꺾이며 깊은 소(沼)를 이룬 제1곡 호롱소와 금강산의 풍경을 축소해 놓은 듯 아름다운 제2곡 소금강은 이곳의 백미다.

소금강 인근에는 쌍곡휴게소가 있어 식당, 매점 등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지만, 성수기에는 주차 요금이 부과될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쌍곡계곡 모습
쌍곡계곡 모습 / 사진=충청북도 공식블로그 이가원

중류의 제3곡~제7곡의 절경은 트레킹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시루떡을 잘라놓은 듯한 제3곡 떡바위(병암), 계곡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마주 보는 제5곡 쌍벽, 그리고 반석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지는 제7곡 쌍곡폭포는 가히 절경이다.

이 구간은 차로 이동하며 주요 포인트에서 잠시 머물거나, 군자산 등산로와 연계하여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숨겨진 휴식처인 상류의 제8곡~제9곡은 인파가 줄어들어 보다 한적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깃든 제8곡 선녀탕과 마당처럼 넓은 바위가 펼쳐진 제9곡 마당바위(장암) 주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그늘을 만들어 한여름에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쌍곡계곡 피서
쌍곡계곡 피서 / 사진=충청북도 공식블로그

쌍곡계곡으로 올 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괴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안보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쌍곡계곡 정류장에 하차한 후 5분만 걸으면 된다.

쌍곡계곡은 단순한 여름 계곡이 아니다. 괴산 지역에는 우암 송시열의 자취가 남은 화양구곡 또한 자리하고 있어, 두 계곡을 함께 둘러보면 조선 시대 유교 문화의 정수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올여름, 시원한 물놀이는 물론 조선 선비의 풍류와 국립공원의 청정 자연이 선사하는 격조 높은 휴식을 원한다면 주저 없이 괴산 쌍곡계곡으로 향해보자.

아홉 굽이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더위와 함께 일상의 시름마저 씻겨나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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