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 평 숲이 무료로 열린다?”… 땅과 하늘을 동시에 걷는 가을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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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거금생태숲
땅과 하늘을 잇는 살아있는 숲

고흥 거금생태숲
고흥 거금생태숲 / 사진=고흥관광

전라남도 고흥,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진 남해의 중심에 거금도(居金島)가 있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일곱 개의 둘레길로 이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 섬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진짜 보물이 숨겨져 있다.

바로 땅의 역사와 하늘의 풍경을 동시에 품은 거대한 ‘살아있는 숲 박물관’, 거금생태숲이다. 축구장 170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122ha의 공간에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이 태고의 난대림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11개의 자생 군락지를 품은 거대한 생태계의 심장

거금생태숲 나무
거금생태숲 나무 / 사진=고흥관광

거금생태숲(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777 일원)은 고흥의 명산 적대봉(592.2m) 남쪽 자락에 자리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꾸민 수목원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고흥군은 이 천혜의 자원을 보전하면서도 국민들이 그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2009년부터 4년여에 걸쳐 총 5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금의 생태숲으로 조성했다.

방문객은 가장 먼저 숲 사랑 홍보관에서 난대림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하게 된다. 잘 정비된 숲 관찰로와 계곡 관찰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름표를 단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피톤치드를 뿜어낸다. 땅의 기운을 느끼며 걷는 이 길은, 곧이어 나타날 공중 산책로에서의 경험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서막과도 같다.

나무 꼭대기와 눈 맞추는 길

거금생태숲 구름다리
거금생태숲 구름다리 / 사진=고흥관광

거금생태숲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캐노피 하이웨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찔한 구름다리를 건너면, 마치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서는 듯한 나무 데크길이 나타난다.

‘캐노피(Canopy)’란 숲의 나뭇가지와 잎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지붕처럼 보이는 상층부, 즉 ‘임관’을 뜻하는 생태 용어다. 이름처럼 캐노피 하이웨이는 방문객이 숲의 바닥이 아닌, 나무의 허리부터 꼭대기와 눈높이를 맞추며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된 혁신적인 공중 탐방로다.

새와 다람쥐의 시선으로 숲을 조망하는 경험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발밑에서는 흙을 밟을 때와는 전혀 다른 숲의 풍경이 펼쳐지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나뭇잎과 교감할 수 있다.

거금생태숲 전경
거금생태숲 전경 / 사진=고흥관광

이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시설로, 숲의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구조를 온몸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최고의 생태 교육 현장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 탐방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이유다.

이 특별한 길을 지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침내 탁 트인 전망대가 나타난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다도해의 황홀한 풍경은 긴 산책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준다. 눈앞에 떠 있는 대취도와 소취도를 비롯한 섬들의 군무는 왜 이곳이 남해안 최고의 비경 중 하나로 꼽히는지 실감하게 한다.

고흥 거금생태숲 산책
고흥 거금생태숲 산책 / 사진=고흥관광

거금생태숲은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로 운영되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해 자연이 주는 치유와 휴양을 만끽할 수 있다. 순환형 코스로 되어 있어 체력에 맞게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단순한 녹색 공간을 넘어, 땅의 생명력과 하늘의 시점을 잇는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곳. 거금도 둘레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여정의 중심에 거금생태숲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이유는 이처럼 충분하다. 자연이라는 위대한 박물관이 선사하는 잊지 못할 감동을 찾아 이번 주말, 고흥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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