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두 번 물든다?”… 호수에 비친 단풍·물안개·메타세쿼이아까지 즐기는 무료 가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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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불장골저수지
작은 연못이 빚어낸 데칼코마니

불장골저수지 단풍 구경
불장골저수지 단풍 구경 / 사진=공주시 공식 블로그 맹혜진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는 종종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 대신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소리를 갈망한다. 화려한 축제나 인파로 붐비는 명소가 아니라, 고요한 풍경 그 자체가 위로가 되는 순간을 찾게 된다.

만약 당신이 그런 ‘순간’을 찾고 있다면, 충청남도 공주의 한 작은 저수지가 그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이곳은 압도적인 규모로 놀라게 하거나 정교하게 다듬어진 관광지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하지만 수면 위에 펼쳐지는 완벽한 대칭의 반영과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그 어떤 유명 단풍 명소보다 더 깊고 짙은 여운을 남긴다.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잊게 할 만큼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 불장골저수지의 숨겨진 이야기다.

공주 불장골저수지

불장골저수지 풍경
불장골저수지 풍경 / 사진=공주시 공식 블로그 맹혜진

이곳의 공식 명칭은 불장골저수지이며, 정확한 주소는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산21-6이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송곡지’ 혹은 ‘송곡소류지’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소류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본래 목적은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의 경작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아주 작은 규모의 저수지였다.

하지만 이 작은 저수지는 특별한 지리적 배경을 품고 있다. 바로 계룡산의 한 지맥인 우산봉(해발 약 573m) 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 형태 덕분에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수면이 잔잔하며, 이로 인해 주변의 풍경을 거울처럼 완벽하게 담아내는 ‘데칼코마니’ 현상이 극대화된다.

‘연인 메타세쿼이아’와 사계절의 팔레트

단풍나무 반영
단풍나무 반영 / 사진=공주시 공식 블로그 맹혜진

불장골저수지의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단풍나무만이 아니다. 이곳의 식생은 작은 규모에 비해 매우 다채롭다.

가장 유명한 포토존은 저수지 한편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메타세쿼이아다. SNS에서는 ‘연인을 닮은 두 그루 메타세쿼이아’로 불리며 저수지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가 수면에 그대로 반사되는 모습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면이다.

이 외에도 짙은 붉은빛의 단풍나무, 노란빛의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낙엽송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나무들이 저수지에 본연의 빛깔을 그대로 반사시켜, 방문객들은 마치 두 개의 가을을 동시에 감상하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방문 전 알아야 할 실용 정보

불장골저수지 테이블 위 단풍
불장골저수지 테이블 위 단풍 / 사진=공주시 공식 블로그 이수이

불장골저수지는 그 자체로 완벽한 휴식처이지만, 방문 편의성 또한 뛰어나다. 가장 큰 장점은 입장료와 주차 요금이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운영 시간 제한 없이 상시 개방되는 연중무휴 공간이라 이른 아침 물안개를 촬영하려는 목적이든, 해 질 녘의 고요함을 즐기려는 목적이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저수지 인근에 마련된 별도의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또한 저수지 바로 옆에는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엔학고래’가 위치해 있어, 짧은 산책 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공주 시내버스 342번, 351번, 360번 등을 이용해 ‘송곡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철화분청사기의 본고장을 만나다

불장골저수지 단풍
불장골저수지 단풍 / 사진=공주시 공식 블로그 김태상

불장골저수지에서 고요한 자연을 만끽했다면, 차로 멀지 않은 거리에서 공주의 또 다른 매력인 ‘역사’와 ‘예술’을 만날 차례다.

인근의 계룡산도예촌은 단순한 체험 마을이 아니다. 이곳은 조선 초기부터 중기까지, 오직 이 지역에서만 생산되었던 독특한 ‘철화분청사기’의 명맥을 잇는 예술인 공동체 마을이다. 전통 가마와 공방을 둘러보며 한국 도자 예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불장골저수지 가을 단풍
불장골저수지 가을 단풍 / 사진=공주시 공식 블로그

또한, 가을이면 화려한 단풍으로 유명한 계룡산 국립공원의 동학사 역시 훌륭한 연계 코스다. 불장골저수지의 고요하고 정적인 단풍과는 또 다른, 웅장하고 화려한 계룡산의 가을을 함께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불장골저수지의 가을은, 크기나 명성으로 풍경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물과 나무, 그리고 산이 빚어내는 고요한 대칭 속에서 올가을 가장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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