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여기만큼은 꼭 걸어보세요”… 천년 고찰을 품은 무료 단풍 명소

공주 갑사
역사와 가을이 만나는 자리

공주 갑사로 은행나무
공주 갑사로 은행나무 / 사진=충청남도 공식블로그 해송이송희

가을의 정취를 논할 때 예부터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봄의 서정은 마곡사에, 가을의 깊이는 갑사에 있다는 뜻으로, 계룡산의 웅장한 산세와 어우러진 갑사의 가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모르던 반가운 변화가 있었다. 이제 이 절경을 마주하는 데 그 어떤 문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천년의 역사가 숨 쉬는 문화유산을 온전히 거닐어 볼 기회가 우리 앞에 활짝 열렸다.

“계룡산의 가을은 갑사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공주 갑사 가을 단풍
공주 갑사 가을 단풍 / 사진=충청남도 공식블로그 해송이송희

갑사는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의 말사다. 2023년 5월 4일, 역사적인 변화가 있었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전국 65개 사찰과 함께 문화재 관람료가 전면 폐지되면서, 이제 누구든 무료로 갑사의 경내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우리의 소중한 국보급 문화유산이 국민 모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공주 갑사 가을
공주 갑사 가을 / 사진=충청남도 공식블로그 해피플렌티

갑사의 역사는 420년(백제 구이신왕 원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통일신라 시대에는 의상대사에 의해 화엄종의 10대 사찰 중 하나로 지정될 만큼 그 교세가 대단했다. 임진왜란 때는 서산대사의 격문을 받은 영규대사가 800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궐기한 호국불교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이처럼 깊은 역사를 품은 사찰은 경내 곳곳에서 그 가치를 증명한다. 국보 제298호 ‘갑사 삼신불괘불탱’은 석가탄신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친견할 수 있는 귀한 문화재이며, 보물 제478호 ‘갑사 동종’은 조선 선조 17년(1584년)에 제작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공출되었다가 광복 후 되찾아온 민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공주 갑사 단풍
공주 갑사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희완

흔히 ‘춘마곡 추갑사’라 하여 마곡사와 갑사를 짝지어 부르지만, 두 사찰의 아름다움은 그 결이 다르다. 봄의 마곡사가 태극 문양의 계곡을 따라 피어나는 산수유와 벚꽃으로 화사하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선사한다면, 가을의 갑사는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숲길, 일명 ‘오리숲’에서부터 그 진가를 발휘한다.

150년이 넘는 느티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고목들이 하늘을 가리며 만들어내는 단풍 터널은 화려함보다는 장엄함과 깊이감으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붉고 노란 단풍잎이 고즈넉한 사찰의 기와지붕 위로 겹겹이 쌓이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와 같다.

공주 갑사
공주 갑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희완

갑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주차요금은 국립공원공단 기준으로 시간제로 운영된다. 중·소형 승용차 기준 최초 1시간 1,800원이며, 이후 10분마다 추가 요금이 붙어 1일 최대 13,000원(성수기 16,000원)이 부과된다.

사찰 경내는 연중무휴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방되나, 등산과 연계된 탐방로는 안전을 위해 입산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다. 동절기(11~3월)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입산이 허용되니 유의해야 한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 말부터 11월 초, 계룡산의 품에 안긴 갑사는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입장료 부담 없이 누구나 거닐 수 있게 된 천년고찰의 숲길을 걸으며, 깊어가는 계절의 정취와 우리 문화유산의 숭고한 가치를 동시에 느껴볼 좋은 기회다. 역사와 자연이 주는 충만한 위로가 지친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전체 댓글 0